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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마음거울98

<113호> 지방방송의 볼륨을 높이자_계희수(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임대 아파트에 사는 어린이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놀이터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높은 담을 쌓았다는 어느 주민들의 이야기를 기억한다. 임대 아파트를 향한 차별적 시선 때문이다. 담장을 쌓은 주민들을 이기적이라고 비판하는 세간의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비슷한 이야기가 이따금씩 포털 메인을 장식하면 사람들이 몰려든다.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높을수록 댓글에 날이 선다. 그 비난은 최소한 사는 곳에 따라 사람을 나누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에 근거할 것이다. 맞다. 사는 곳에 따라 사람을 달리 대하는 건 명백한 차별이다. 그런데 왜 우리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숨 쉬듯 차별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청주방송에서 일할 때였다. 전 직원이 해외 포상 휴가를 떠난 적이 있다. 베트남에서 한국인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2021. 9. 30.
<112호> 병원 투어_계희수(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마취통증의학과, 외과, 피부과를 번갈아 가며 다니고 있다. 공 세 개를 손에서 팽팽 돌리며 저글링 하듯, 일주일에 병원 세 군데를 돌고, 돌고 돈다. 최근 1년 사이 입원도 세 번이나 했다. 이 정도면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 수준이다. 서른을 기점으로 병원에 드나드는 일이 잦아졌다. 몸을 혹사한 탓인지 나이를 먹어가는 탓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어찌됐든 면역력과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걸 몸으로 체감한다. 정확히 29살이던 해 12월이었다. 6개월간의 수습기자 생활 막바지에 대상포진에 걸렸다. 처음에는 목 주변에 뭐가 빨갛게 올라오더니 작게 군집을 이뤘다. 그냥 여드름인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는데, 군집의 크기가 점점 커지더니 급기야는 뉴스 화면에 보일 정도가 됐다. 피부과를 찾아갔다. 병을 .. 2021. 8. 30.
<111호> 종이 선생_계희수(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아빠가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집에는 짙고 긴 그림자가 드리웠다.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송두리째 바뀌니, 그에 따라 내면도 자연스레 변했다.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해냈으며,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즈음 나는 종종 삶과 죽음에 대해 고찰했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죽음 앞에 벌거벗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자주 떠올렸다. 어느 날은 세상만사가 쉬워 보이기도 했고, 어느 날은 한없이 어려워 보이기도 했다. 알 수 없는 동질감에서 비롯된 걸까. 그 무렵 내게는 남의 불행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원인을 해부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불행의 형태는 다 달랐다. 어떤 불행은 처절했으며, 어떤 불행은 천진했고, 어떤 불행은 아름다웠다. 남의 불행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거기서 내.. 2021. 7.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