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마음거울98 <116호> 반성합니다_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계희수 활동가 실은 그간 ‘아픔’이라는 감각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음을 고백한다. 정확히는 아픈 사람의 입장에서 깊게 들여다본 일이 없다. 그랬던 내가 조금 달라진 건 올 2월.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지금까지 도수치료를 받으며 통증과 싸우고 있다. 이제야 아픔이라는 감각과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책 읽고 글을 쓰고 업무를 보는 일이 여전히 많이 힘들다. 의사는 이제 어느 정도 치료가 되어 뼈나 근육에 문제가 없다는데 글을 쓰는 지금 순간에도 뒷목과 팔목이 시리다. 그러다 최근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조한진희)’라는 책 한권을 만났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내가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내용을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간 아픈 주변인에게 나도 모르게 불편함이나 서러움 같은 .. 2022. 1. 6. <115호> 1123 스위트 홈_계희수(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나보다 먼저 이 땅에 발 디딘 아파트에 살고 있다. 오르막길에 자리 잡은 5층짜리의 낮은 건물이다. 처음 들어올 때는 정말이지 대궐 같았다. 15평쯤 되는 방 두 개짜리 집은 리모델링까지 마쳐 허술한 외관과 달리 깔끔해 보였다. 독립한 이후 거실이 따로 있는 집에 사는 것도 처음이었지만 방이 두 개나 되니 도대체 두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찼다. 가격도 덩치도 분에 넘치는 6인용 원목 테이블을 사다 큰 방에 넣고 친구들과 둘러앉아 새벽까지 수다를 떨었더랬다. 낡은 건물에서 하자는 피할 수 없었다. 싱크대 수전이야 소모품이니 부품을 사다가 직접 갈면 그뿐이었는데, 작년 여름에는 윗집 누수로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흐르고 주방과 침실 벽은 옴팡 젖었다. 젖은 벽지에서는 곰팡이가 피어.. 2021. 12. 6. <114호> 친구의 이혼_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계희수 얼마 전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여덟 명 정도가 우르르 떼로 몰려다니던 때의 추억을 떠올리면 밤을 새도 모자랄 만큼이다. 그 중 둘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 오랜만에 딸을 키우는 A의 집에 모였는데 아기만 있고 남편은 없었다. A의 남편도 우리와 곧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던 터라 안부가 궁금했다. 남편은 어디 갔냐고 빨래를 널고 있는 A에게 물었더니 친구가 어색하게 웃었다. ‘무슨 일이 있구나’, 묘한 분위기가 감지돼 더 말을 보태지 않았다. 밥을 먹고 3살짜리 딸아이와 한창 놀아주던 우리에게 A가 말했다. “나 오빠랑 이혼할 거 같아. 별거한지 두 달 됐어.” 우리는 크게 놀랐지만, 마치 짠 것 마냥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별 문제 없어 보였던 친구의 겉과 달리,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이다... 2021. 10. 26. 이전 1 ··· 6 7 8 9 10 11 12 ··· 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