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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마음거울93

<114호> 친구의 이혼_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계희수 얼마 전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여덟 명 정도가 우르르 떼로 몰려다니던 때의 추억을 떠올리면 밤을 새도 모자랄 만큼이다. 그 중 둘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 오랜만에 딸을 키우는 A의 집에 모였는데 아기만 있고 남편은 없었다. A의 남편도 우리와 곧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던 터라 안부가 궁금했다. 남편은 어디 갔냐고 빨래를 널고 있는 A에게 물었더니 친구가 어색하게 웃었다. ‘무슨 일이 있구나’, 묘한 분위기가 감지돼 더 말을 보태지 않았다. 밥을 먹고 3살짜리 딸아이와 한창 놀아주던 우리에게 A가 말했다. “나 오빠랑 이혼할 거 같아. 별거한지 두 달 됐어.” 우리는 크게 놀랐지만, 마치 짠 것 마냥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별 문제 없어 보였던 친구의 겉과 달리,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이다... 2021. 10. 26.
<113호> 지방방송의 볼륨을 높이자_계희수(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임대 아파트에 사는 어린이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놀이터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높은 담을 쌓았다는 어느 주민들의 이야기를 기억한다. 임대 아파트를 향한 차별적 시선 때문이다. 담장을 쌓은 주민들을 이기적이라고 비판하는 세간의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비슷한 이야기가 이따금씩 포털 메인을 장식하면 사람들이 몰려든다.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높을수록 댓글에 날이 선다. 그 비난은 최소한 사는 곳에 따라 사람을 나누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에 근거할 것이다. 맞다. 사는 곳에 따라 사람을 달리 대하는 건 명백한 차별이다. 그런데 왜 우리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숨 쉬듯 차별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청주방송에서 일할 때였다. 전 직원이 해외 포상 휴가를 떠난 적이 있다. 베트남에서 한국인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2021. 9. 30.
<112호> 병원 투어_계희수(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마취통증의학과, 외과, 피부과를 번갈아 가며 다니고 있다. 공 세 개를 손에서 팽팽 돌리며 저글링 하듯, 일주일에 병원 세 군데를 돌고, 돌고 돈다. 최근 1년 사이 입원도 세 번이나 했다. 이 정도면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 수준이다. 서른을 기점으로 병원에 드나드는 일이 잦아졌다. 몸을 혹사한 탓인지 나이를 먹어가는 탓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어찌됐든 면역력과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걸 몸으로 체감한다. 정확히 29살이던 해 12월이었다. 6개월간의 수습기자 생활 막바지에 대상포진에 걸렸다. 처음에는 목 주변에 뭐가 빨갛게 올라오더니 작게 군집을 이뤘다. 그냥 여드름인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는데, 군집의 크기가 점점 커지더니 급기야는 뉴스 화면에 보일 정도가 됐다. 피부과를 찾아갔다. 병을 .. 2021.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