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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마음거울97

거대한 뿌리 - 김수영 거대한 뿌리 김수영 나는 아직도 앉는 법을 모른다 어쩌다 셋이서 술을 마신다 둘은 한 발을 무릎 위에 얹고 도사리지 않는다 나는 어느새 남쪽식으로 도사리고 앉았다 그럴 때는 이 둘은 반드시 이북 친구들이기 때문에 나는 나의 앉음새를 고친다 8.15후에 김병욱이란 시인은 두 발을 뒤로 꼬고 언제나 일본여자처럼 앉아서 변론을 일삼았지만 그는 일본대학에 다니면서 4년 동안을 제철회사에서 노동을 한 강자다 나는 이사벨 버드 비숍여사와 연애하고 있다 그녀는 1893년에 조선을 처음 방문한 영국 왕립지학협회 회원이다 그녀는 인경전의 종소리가 울리면 장안의 남자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갑자기 부녀자의 세계로 화하는 극적인 서울을 보았다 이 아름다운 시간에는 남자로서 거리를 무단통행할 수 있는 것은 교군꾼, 내시, 외국인.. 2023. 6. 26.
<117호> 무해한 덕질을 꿈꾸며_ 계희수(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새해 벽두부터 뜬금없이 ‘덕질’ 이야기를 해본다. 덕질이라는 단어는 누군가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이미 국어사전에도 등재가 되어있다. (사전에 올라있는 건 글을 쓰기 위해 찾다가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다!) 덕질은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을 뜻한다. 덕질의 대상은 사람부터 작품, 취향, 물건 등 무엇이나 될 수 있다. 나에게 덕질이란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이나 공연, 방송 영상을 찾아보거나 응원하는 배우의 작품을 감상하는 소소한 활동이지만, 일상에 활력을 주는 재미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덕질의 대상은 얼마 못 가 계속 바뀌는데, 이 때문에 나의 덕질을 진짜 덕질이라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나름 소중한 나의 덕질 라이프가 최근 난관에 봉착했다. 얼마 .. 2022. 1. 26.
<116호> 반성합니다_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계희수 활동가 실은 그간 ‘아픔’이라는 감각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음을 고백한다. 정확히는 아픈 사람의 입장에서 깊게 들여다본 일이 없다. 그랬던 내가 조금 달라진 건 올 2월.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지금까지 도수치료를 받으며 통증과 싸우고 있다. 이제야 아픔이라는 감각과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책 읽고 글을 쓰고 업무를 보는 일이 여전히 많이 힘들다. 의사는 이제 어느 정도 치료가 되어 뼈나 근육에 문제가 없다는데 글을 쓰는 지금 순간에도 뒷목과 팔목이 시리다. 그러다 최근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조한진희)’라는 책 한권을 만났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내가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내용을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간 아픈 주변인에게 나도 모르게 불편함이나 서러움 같은 .. 2022.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