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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마음거울97

<109호> 옛날 아파트의 매력_계희수(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방 두 개짜리 전셋집을 얻어 독립한 지 딱 1년이 되어간다. 이사오던 때를 떠올려본다. 전세 기근으로 몇 안 되는 선택지 중 눈에 들어온 곳은 80년대에 지어진 낡은 5층짜리 아파트였다. 말이 아파트지 엘리베이터도 없고, 외관은 깔끔하게 칠을 했으나 한눈에 봐도 꽤나 역사가 있겠다 싶은 건물이었다. 낮은 건물 6개가 도미노처럼 두 줄로 서 있고 화단 근처에는 정자가 하나 있는 작고 조용한 단지가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세대수에 비해 많은 주차면 덕에 주차장이 널널하다고 했다. 극도의 주차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던 터라 내게는 굉장한 이점이었다. 마침 내가 소개받은 집은 리모델링이 되어있어 깔끔하기까지 했으니 가격 대비 꽤 훌륭한 집이었다. 집을 고른 후 엄청나게 복잡한 청년대출 과정을 완수하고 수천만 원.. 2021. 6. 1.
<108호>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_계희수(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초등학교 4학년 무렵, IMF외환위기 여파가 우리집에도 찾아왔다. 일산 신도시의 한 아파트에 살던 우리집은 수원의 아주 작은 동네로 이사를 갔다. 푸세식 화장실이 밖에 있고 부엌 바닥이 아스팔트로 닦인 좁은 집이었다. 이사 날 동생과 함께 쓰던 2층 침대를 트럭에 싣고 왔는데, 이사 간 집의 천장 높이가 너무 낮아서 침대를 세울 수 없었다. 아빠는 이삿짐 나르는 구경을 하던 아이들 중 하나에게 2층 침대를 주었다. 2층 침대를 시작으로, 많은 것들이 내 삶에서 사라졌다. 사업을 하던 아빠는 택시운전을 시작했다. 아빠는 30년 무사고를 자랑하는 배테랑 운전자였다. 지상에서 바퀴를 달고 굴러다니는 것들이라면 모두 조작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운수, 운반 자격증이 많았다. 그런 아빠가 자본없이 당장 시작할 수.. 2021. 4. 26.
<107호> 어떤 위로_계희수(회원) 얼마 전까지 병원 신세를 지고 있었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사고 직후 서 있기 힘든 허리통증을 시작으로,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목과 손목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예상하지 못한 채로 꼼짝없이 2주를 병원에 갇혀있어야 한다는 건 무진장 답답한 일이었다. 코로나19로 환자의 외출과 면회가 전면 금지되면서 가뜩이나 사회로부터 격리된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은 한층 더 고립됐다. 도시가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변하는 찰나의 시간을 1년 중 가장 좋아하는데, 올해는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그림 보듯 눈으로 감상해야 했다. 가벼운 차림으로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창밖으로 내려다보면서, 밖을 쏘다녀 본 적 없는 사람마냥 청승을 떨었더랬다. 병원 안 감염병 관리는 철저히 이루어졌다. 좁은 4인 병실에서 그마저도 커.. 2021.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