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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마음거울93

<제53호> 하야가 아니면 탄핵을 외칠 때_이재표(마을신문 청주마실 대표) 2012년 12월20일 새벽, 나는 신문 편집실에 있었다. 나는 당시 충북지역 시사주간지 충청리뷰의 편집국장이었다. 원래 신문발행일은 19일이었지만 생생한 대선결과를 담기 위해 발행을 하루 미룬 터였다. ‘독재자의 무능한 딸’이 당선됐다는 기사를 손보던 그 새벽이 지금도 기억 속에 선명하다. 다른 기사는 하루 전에 마감해 놓았던 터라 대선결과 한 꼭지만 마무리하면 됐다.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소식을 써내려가던 그 새벽은 더디 밝았다. 정치부 후배기자와 단둘이었다. 후배는 “빨리 끝내고 술이나 한 잔하자”고 졸랐다. 나는 “야 인마, 지금 술 생각이 나냐”고 역정을 냈다. 일이 끝나갈 무렵 고등학교 2학년 아들에게서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아빠, 술 많이 마시지 마. 5년 뒤에 우리가 바꾸면 되잖.. 2019. 10. 22.
<제80호> 햇살, 나에게 묻다_하재찬(회원) 햇살 슬며시 옆에 앉으며 잘 지내고 있느냐? 해야 할 일 하느냐? 사랑할 사람 사랑했느냐? 머뭇거리니 다시 묻는다 눈 감아야 할 것 감았느냐? 입 열어야 할 것 열었느냐? 이번엔 머뭇거릴 틈도 없이 아파할 것 아파했느냐? 향유할 것 향유했느냐? 잠시 기다리고는 햇살 조용히 일어나며 다시 묻는다 사랑 받을 사람에게서 사랑 받았느냐? 어깨를 토닥이고는 사람들 틈으로 시나브로 사라집니다. 2019. 10. 22.
<제79호> 시옷_잔디(允) # 서신 서신, 서간, 편지로도 불리우지만, 그 세 가지 단어 중에 서신이라는 단어가 가장 시적으로 다가온다. 기억에 남은 서신은 황지우 시인의 시를 연구하여 졸업 논문을 쓴 친구가 자신의 논문과 시인의 시를 오리고 붙여 길고 두터운 서신을 편지봉투 겉면에 우표를 가득 붙여 보내온 서신이었는데, 친구가 그리울 때, 시를 읽고플 때, 힘겨운 시간과 만났을 때 읽곤 했는데, 아기를 낳고 키우는 한 동안은 잊고 지냈고, 이제는 찾을 수가 없어 친구의 마음을 잃어버린 양 서글프지만, 그 서신의 기억은 때때로 따뜻하다. 내 마음에서 나와, 나의 손을 거쳐 간 서신도 어디에선가 따뜻함을 선사하고 있기를 조금쯤은 바라는 마음. # 사과 다시 친구에게서 사과를 한 상자 받아왔다. 우리 집 아이들은 심심하면 깎아달라는 .. 2019. 10.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