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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마음거울93

<제82호> 작별_박현경(교사) 남편과 내가 오늘 픽퓌스 가(街)에 다시 온 건, 히앗 아저씨랑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35일 전 프랑스 땅에 첫발을 디딘 날 저녁, 우린 바로 이 거리를 걸어 우리의 첫 숙소에 도착했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오래된 건물, 삐걱이는 나선형 나무 층계를 오르고 또 올라 7층 복도 끝 조그만 원룸. 거기에 짐을 풀고 낡은 계단을 다시 빙글빙글 돌아 내려와 처음 간 곳이 동네 슈퍼 ‘시티스’. 이 슈퍼의 채소 코너 담당 히앗 아저씨가 우리를 어찌나 정답게 대해 주시던지, 긴 비행 끝에 배낭을 멘 채 낯선 거리를 걷느라 쌓였던 피로가 금세 녹아 사라졌었다. 뭘 살지 머뭇대면서 시간을 지체해 미안해하는 우리에게, “밤 열두 시까지 골라도 돼요. 천천히 골라요.”라며 환히 웃으셨는데, 별것 아닌 그 말씀이 참.. 2019. 10. 23.
<제81호> 삶과 날이 스승이려면_하재찬(회원) 어제를 스승으로 삼으려면 주체적이면서도 동반자적인 반성을 해야 하고, 내일을 스승으로 얻으려면 냉철하면서도 도전적인 사회적인 꿈(Social Fiction)을 꿔야 하고, 그 둘이 스승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깸이 있는 오늘이어야 하리. 2019. 10. 23.
<제60호> 보시(布施), 집착함 없이 베품_이영희(회원, 원영한의원) 지인이 있다. 알고 지낸지는 1년 정도 되었다. 차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횟수로 치자면 다섯 번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정이 많이 들었던 분이다. 종종 나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 분으로부터 어느 날 메시지를 받았다. 하고 싶은 일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며 청주에서의 생활을 정리한다 했다. 떠나기 전에 얼굴이라도 봐야지 했던 날, 그 날은 비가 많이 내렸다. 늦은 시간에 집을 나서려니 남편은 마음이 쓰였나 약속장소까지 데려다 주겠다며 따라나섰다. 번거롭게 하는 것 같아 몇 번을 사양하다가 차에 올랐다. 돌아올 때는 택시 타고 오면 되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해 두었다. 약속한 시간에는 나 말고도 한 분이 더 있었다. 초면이긴 했지만 반갑게 인사를 .. 2019.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