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마음거울98 <제50호> <베트남 평화기행 첫 번째> ‘힘겹고 힘겨운 평화 그리고 더 힘겨운 평화기행’_ 림민(회원) 지난 1월, 계획대로라면 우리는 일본으로 날아가야 했었다. 무려 반 년이 넘도록 매달 모임을 가지고 준비했던 인권연대 숨(이하 숨)의 첫 번째 아시아 평화기행이 생각지 못한 문제로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우리는 미리 예약해 놓았던 일본행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고 제주를 첫 평화기행 장소로 선택했다. 그렇게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 제주 땅에서, 회원들은 매일 밤 허무하게 무산된 일본행에 대한 아쉬움과 허탈함을 술로 달랬다. 다음 평화기행은 꼭 제대로 꼼꼼하게 준비해서 떠나보자고 다짐을 하면서. “그런데 다음 평화기행은 어디로 갈꺼야, 형? 다시 일본을 준비할거야?” 내가 그렇게 묻자, 술에 취해 불콰하게 달아오른 얼굴로 헤벌쭉 웃으며 말하던 은규형의 그 반짝거리던 눈빛이 기억이 난다. "베트남. 꼭 베트남에 .. 2020. 6. 16. <제96호> 빈소에 찾은 조문객처럼 안녕하신지요. 슬픔이 많은 계절입니다만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들 덕에 소생할 기운을 얻고 있습니다. 꽃들이 겨울의 추위와 여름의 더위 사이에서 자신의 시간들을 남김없이 써버리는 것처럼, 저 역시 제게 주어진 시간들을 허투루 쓰지 않고 남김없이 쓰리라 생각합니다. 제 앞에 놓여진 비단향꽃무는 우울한 저를 위해 사랑하는 이가 선물해준 것인데, 그 꽃을 전해주는 그녀의 얼굴빛이 저에게는 구원이었습니다. 그 꽃은 그녀를 닮아 꽃잎이 풍성하고 향이 멀리 퍼지고 생명력이 강했습니다. 그녀와 다투고 난 후에 화병에 놓인 꽃을 발견했습니다. 어느새 줄기 끝 물관이 막혀서 꽃은 꽤 말라있었습니다. 꽃을 살짝 건드리니 보라색 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졌습니다. 꽃잎들은 시들기보다는 그 모양.. 2020. 4. 28. <제95호> 지랄탕 한 모금 하실래예?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4년이 넘어도 폰을 바꾸지 않고(잃어버리지 않고, 부수지 않고) 잘 쓰던 나였다. 그런 내가 1년간 사용하던 폰을 네 번 바꿨다. 하나는 재작년 여자친구와 연말 여행 중에 보도블럭 위에 떨어뜨렸는데 떨어진 각도와 세기가 매우 적당하여 액정이 산산조각 났다. 바꾸지 않고 몇 개월을 꿋꿋이 쓰다가 작년 가을이 되어서야 새로운 폰을 샀다. 그런데 얼마안가 연말 모임에서 잃어버렸다. 예전에 쓰던, 이제는 골동품이 된 손바닥 크기만한 핸드폰을 다시 서랍장에서 꺼내들었다. 세상의 외피는 5년 전에 비해 더 높은 아파트들이 스카이라인을 침범하고, 산업단지와 개별입지로 들어선 공장들이 농지를 침범하고, 세련된 곡면을 가진 자동차들이 좀 더 늘었고, 사람들의 표정은 읽을 수 없는 무언가가 된 것 같았으나 큰 변화는 없었.. 2020. 4. 28.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 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