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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102

<2호> 삶을 책임진다는 것은 _ 유명선 화요일 오전에는, 청주에서 꿈집단을 가진다. 소수 인원이라 집단을 마치고, 자연스레 식사와 담소를 위한 자리가 마련된다. 그렇게 꿈집단은 중반을 넘어섰고, 우리는 꽤 친밀하고 편안해졌다. 어느 날, 집단원 한분이 집에 열대어 구피를 키우는데, 지나친 빠른 번식으로 수가 급증하여, 여간 곤란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별다른 고민없이, 몇 마리 분양받겠다고 나섰다. 마침 나는 동·식물에 특별한 관심이 뻗치는 시기이고, 또 물고기 몇 마리쯤이야... 그리하여, 지난 화요일, 구피 8마리가 내게로 왔다. 피티병에 담겨 있는 구피들은 꽤나 사랑스러웠다. 아쉽게도, 주거지를 바꾼 첫날 한 놈은 급하게 저 세상으로 가버렸고, 나머지 일곱 마리는 사이좋게 아옹다옹 지내고 있다. 조심스럽게, 집으로 모셔오던 첫날, 책상.. 2020. 8. 7.
<99호> 그래서 너는 어떤데? “당신이 옳다”를 읽고_이 구원(다사리 장애인자립지원센터 활동가, 회원) 난 비판적 이야기를 많이 하며 공동체가 되었든 조직이 되었든 쉽게 만족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긍정적으로 말하면 비판의식이 좋은 거라고 할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는 불평불만이 많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자립하기 전부터 내가 살았던 곳의 조직 및 관련된 사람들, 특히 책임자들에 대한 비판을 내 주위 친구들에게 하곤 했었다. 그 날도 친한 친구와 술 한 잔을 걸치며 이런저런 비판과 불평을 하곤 했었다. 전부터 이런 나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던 한 친구가 문득 나에게 “그래서 너는어떤데? 난 네가 지금 어떤가를 듣고 싶어.”라고 말을 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신선한 충격이 들며 나의 비판은 어쩌면 나 자신의 분노/불안/우울 같은 힘든 감정을 대신한 부분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후 한 동안 잊고.. 2020. 7. 28.
<제98호> 실패할 자유 혹은 그저 사람으로 살아갈 권리_이 구원(다사리 장애인자립지원센터 활동가, 회원) 얼마 전 “도라:욕망에 눈뜨다.”라는 영화를 충북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의 영화모임에서 봤다. 발달장애인의 성, 사랑, 욕망을 주제로 한 이 영화는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기존의 (특히 한국) 영화들과 달리 감동적이거나 긍정적이지만은 않았으며 물 없이 고구마를 먹은 거 같은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었다. 이번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영화 자체보다 이 영화가 남겨 주었던 고민을 이야기해 보고 싶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며 평소 고민해 왔던 주제들 중 떠올랐던 것은 바로 ‘실패할 자유 혹은 그저 사람으로 살아갈 권리’이다. 사실 실패할 수 있는 자유는 진보적 장애인운동에서 자립이념을 설명할 때 많이 쓰이는 말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삶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오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우리들.. 2020.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