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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102

<제101호> 결혼을 앞두고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나는 사람을 부른다/그러자 세계가 뒤돌아본다/그리고 내가 없어진다 일본의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첫 번째 연애시에 나오는 구절을 기억해냈다. 맞다. 단지 한 사람을 좋아했을 뿐인데, 그를 불러 내 곁에 있어달라고 말했을 뿐인데, 그 일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세계가 나에게 범람해오는 것이었다. 연애는 넘치고, 덮치고, 파괴하는 일의 연속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말을 잃고 새로운 말을 주워섬겨야 했다. 상대는 온 몸의 체중을 실어 상대에게 돌진하는 사람이었다. 슌타로의 시를 빌려 적자면 내가 그를 부르자 세계가 나를 향해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와 부딪혔다.(나는 으스러졌다) 동시에 그는 배려심이 많은 사람인지라 자신의 욕구나 감정에 푹 빠진 채로 나에게 달려온 것이 아니었다. 그는 나에 대해 궁금해.. 2020. 9. 28.
<제101호> 다시 코로나...그리고 다시 종교_이 구원(다사리 장애인자립지원센터 활동가, 회원) 전 세계에 코로나의 광풍이 몰아치는 와중에도 많은 사람들의 피땀 덕분에 서서히 일상으로 복귀해 나아가고 있던 요즘이었다. 하지만 다시 터진 코로나가 우리의 삶을 흔들어 놓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1차 유행 때와 마찬가지로 종교가 있다. 난 초기 유행 때 원인을 제공한 신천지라는 종교에 대한 비판과 책임은 물어야 하지만 종교에 소속된 개인을 혐오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지금 유행을 일으킨 극우 개신교, 그 확산의 도화선이 된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거나 이야기할 때면 솔직히 증오의 감정이 차오르는 것을 느끼곤 한다. 내가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초기 신천지에 의한 대유행은 코로나라는 감염병 확산 초기였기에 예상 밖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상.. 2020. 9. 28.
<5호> 송광사 禪수련회 자원봉사 이야기 _ 유수남 회원 자칭 공무활동가(남들은 공무원이라고 부른다)로 생활하면서 처음으로 길고 긴 여름휴가를 보냈다. 칠월의 마지막 삼일은 가족여행을 갔었다. 팔월에는 10일(금)부터 15일(광복절)까지 5박6일 동안 혼자서 송광사에 머물렀다. 이십여년 전에 송광사 선수련회에 참가했었다. 당시, 선수련회 참가자들이 수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하시던 자원봉사자 분들의 겸손과 헌신에 감동을 받았었다. 수련회를 마치고 일주문을 나서면서 자원봉사자로 받은 은혜를 회향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세월만 훌쩍 가버렸다. 자원봉사는 못 가고 수련회 도반들이 하는 가사불사에 작은 관심을 보테는 인연을 잠시 이어갔을 뿐이었다. 내가 불자는 아니지만 청정함을 추구하며 끝없이 자신을 갈고 닦아 불국토를 이루시려는 스님들께, 서로 정성을 모.. 2020.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