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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123

아이가 데리고 간 세상 아이가 데리고 간 세상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 침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던 아이는 어느덧 거실과 옷방, 서재, 부엌을 누비고 다니는 아이로 자랐다. “이게 모야”는 “엄마”, “아빠”보다 더 정확한 발음으로 내뱉은 첫 번째 단어였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검지로 허공의 무언가를 가리키며 “이게 모야”를 남발하는 아이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보통 한 단어씩 이야기하다가 두 단어를 이어 붙여서 말한다는데. “안녕”을 말하기 시작한 해인이는 사람 외에도 온갖 비인간 존재들을 향해서도, 그리고 (아마도) 보이지 않은 존재를 향해서도 “안녕”을 외치기 시작했다. “녕”이라는 발음이 꽤 어려운데도 곧잘 “안녕”이라 말했다. 해인이 덕분에 새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많은 존재들이 있다는 .. 2026. 5. 26.
시간제 보육을 맡기다 시간제 보육을 맡기다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 고구마 같은 갓난아기를 집에 데려오고, 아기를 어찌할 줄 몰라 쩔쩔매던 시기가 어느 정도 지나가고 생후 6개월, 이유식을 시작할 무렵이 되자, 주변으로부터 ‘어린이집은 언제 보내냐’는 질문을 듣기 시작했다. 요즘 어린이집에 ‘0세 반’개설은 기본이고, 어린이집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태어나자마자 어린이집 대기를 거는 일은, 태아보험 가입만큼이나 상식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돌이 지나도록 우리가 어린이집 대기를 걸어놓지 않자, 주변의 질문은 ‘경고’로 어조가 바뀌고 있었다. 나는 처음에는 해인이가 세 살이 되기까지는 가능하면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돌보면 좋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1년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귀하자 돌봄 노동이 아내에게로 쏠리게.. 2026. 4. 27.
육아기를 시작하며 육아기를 시작하며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 5년이 지났다. 숨 소식지 마음 거울>에 마지막으로 글을 실은 게 언제인지 숨 블로그를 찾아보니 2021년 1월 ‘겨울과 마당’이라는 글이었다. 새로 이사 온 주택에서 맞이한 첫 겨울, 눈 쌓인 마당을 바라보며 가졌던 사색들이 추억처럼 돋아났다. 내친 김에 그 전에 썼던 글들도 읽어보았다. 당시 인권연대 숨 활동가였던 이와 연애와 결혼을 하고, 청주에 신혼집을 새롭게 얻었던 날까지 있었던 일들과 마음 풍경이 고스란히 글에 담겨있었다. 5년이 흐른 오늘, 나는 여전히 그와 함께 모충동 주택에 살고 있고, 같은 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숨 회원이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사이 큰 변화가 있었다. 우리 사이에 아이가 태어난 것이다. 세상에.. 2026.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