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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살며 사랑하며107

<제71호> 살며 사랑하며_정미진(청주KYC활동가) 얼마만인지, 오랜만에 한 드라마에 푹 빠져 설레기까지 한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젊은이들의 푸릇한 연애를 부러워하면‘주책없다’표현하던데 50대가 코앞인 남자주인공, 감우성의 눈빛에 설레여 1주일을 기다린다면 나도 주책없는 걸까? 어제 이 드라마의 엔딩은 어느 시인의 시 한 구절로 끝이 났다. “ 나는 오래 멈춰 있었다. 한시절의 미완성이 나를 완성시킨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모두 중년의 삶을 맞이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아직 두 남녀주인공의 젊은 시절 비밀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둘은 각자 과거 어느 시간에 갇혀 10년이란 시간을 지나보낸 사람들이다. 주변인들에게 그들은 너무나 미련하고 이해되지 않는 존재이지만 동시에 모른 척 할 수 없고 그럼에도 함께하고 싶은 존재로 그려진다. 라는 이 드라마의 제.. 2019. 10. 1.
<제70호> 우리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_정미진(청주KYC 활동가) 인권연대 숨을 만난지 벌써 2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나의 지난 2년은 너무나 많은 우여곡절과 불안감에 매일 고민하고 아등바등 싸우며 보냈는데, 그 2년 숨에서의 시간은 불편함 없이 불안함 없이 그렇게 지나갔다. 돌아봤을 때 인상 깊었던 기억은 내 속마음에 함께 끄덕이며 맞장구치는 이은규 일꾼님과 목요강독회의 얼굴들 정도이다. 그것을 제외하면 정신없는 요즘 세상에 신기할 만큼 무던하게 시간이 지나갔다. 나에게 이 사실은 굉장히 놀라운 경험이다. 나는 한국의 20대 이다. 단 몇 개월, 1년의 시간도 맘 편히 보내면 안되는 줄 알았다. 면접장에서 졸업 후 몇 개월, 1년의 자기시간을 취조 받는 현상도 당연하게 여기는 나의 친구들처럼. 그래서 나에게는 불편함, 불안함 없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일상 속에 있다.. 2019. 10. 1.
<제69호> 내가 해봐서 아는데… _이병관(충북·청주경실련 정책국장) MB의 명언(?)으로 유명해진 ‘내가 해봐서 아는데’는 내가 어릴 때 가장 듣기 싫어했던 말 중 하나였다. 동방예의지국에서 충효사상(!)을 배운 몸인지라, 나도 기본적으론 어른을 공경하고, 어른들의 오랜 경험에서 배울 게 많다는 점은 인정한다. 아무리 빅데이터가 대세이고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라지만, 인간의 경험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도 분명 있다. 내가 이 말을 싫어했던 이유는 어른들의 경험에서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해서가 아니었다. 그 경험을 나는 결코 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고, 그런 비슷한 경험조차 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경험했던 자의 우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내가 했던 일이라곤 학교와 집을 왕복했던 게 대부분이고(입시학원을 안 다닌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2019.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