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수희씨와 책읽기(종료)66 <제48호> 달라진 게 없는데 … 다시 봄이 왔다_이수희(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아가가 아프다. 열이 나더니 콧물이 줄줄 흐르고 기침까지 한다. 작은 가슴이 그르렁 소리로 가득 찼다. 아가는 힘들어서 그런지 자꾸만 품속을 파고든다. 차라리 내가 대신 아프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에 모든 어미들이 왜 이렇게 말하는 지를 이제야 알겠다. 아가에 고통을 없앨 수만 있다면 정말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흔한 감기를 앓는 아가를 지켜보는 것도 이리 마음 아픈데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엄마들은 대체 어떻게 살아내고 있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잠 좀 못자고, 하루 종일 안고 업고 하는 일을 힘들다고 투정부리기가 민망하다. 다시 봄이 왔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이후 두 번째 맞이하는 봄.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이렇게 봄이 다시 왔다. 나는 잊고 지냈다. 세월.. 2020. 6. 16. <제49호> 그저 쓸쓸하기만 해도 좋겠다_이수희(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날이 좋았던 어느 날 오후 산책하다가 부동산엘 들렀다. 새로운 전셋집이나 알아볼 요량이었다. 부동산 여주인은 요즘 전세가 없다며 좋은 아파트가 싸게 나온 게 있는데 사는 게 어떠냐고 권했다. 우리 형편에 맞지 않는 턱없이 넓은 평수 아파트였다. 나는 그냥 보기만 하는 건데 뭐 어때 하는 마음으로 구경했다. 참 좋았다. 조망도 좋았고, 햇살 가득한 아파트 실내가 그럴싸했다. 조금만 무리하면 우리도 이렇게 좋은 집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확 솟구쳤다. 엄청 싸게 나온 거라며 빨리 결정할수록 좋다는 말에 출장 간 남편 핑계를 대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나는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며 잠들지 못했다. 내 마음은 벌써 그 아파트에 살림살이를 들여놓을 궁리로 가득 찼기 때.. 2020. 6. 16. <제50호> 우리에게 온 소년, 다시 밝은 빛으로 찾아갈 수 있게… 이수희(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소식에 세상이 떠들썩하다. 나는 맨부커상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십분단위로 작가에 책이 몇백권씩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간다니 대체 어떤 소설일까 궁금하다. 영어를 잘한다면 번역본을 읽어보고픈 마음도 든다. 그러나 고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차마 를 읽기가 좀 그렇다. (이 책을 읽으면 고기 먹기가 힘들어질까봐 겁난다면 웃을라나?!) 그동안 한강 작가 소설은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다. 대신에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오월을 보내면서 를 읽었다. 5.18 광주민중항쟁 (공식 명칭은 광주민주화운동이지만 나는 민중항쟁으로 부르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한다)을 다룬 소설 가운데 최고의 찬사를 받는다니 그 전부터 꼭 읽어봐야지 했던 소설이다. 는 1980년 5월18일부터 27일까지 뜨거웠던 열흘, 도청.. 2020. 6. 16. 이전 1 ··· 6 7 8 9 10 11 12 ··· 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