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793 답 없는 헤맴, 답 없는 사랑 답 없는 헤맴, 답 없는 사랑박현경(화가, 교사) 1.2024년 11월부터 2026년 5월까지. 나의 일곱 번째 개인전 내게 오는 날개>에 담긴 시간이다. 그 기간 나는 전교조 충북지부 지부장-사무처장 선거에 출마해 선거 운동을 하고, 사무처장이 되어 노동조합 활동에 몰두했다. 선생님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교장실도 가고 교육청도 가고 교육부도 가고 국회도 갔다. 성명서를 쓰고 보도자료를 내고 기자회견을 했다. 피켓 시위를 하고, 교육감실을 점거하고, 노숙을 했다. 어떤 일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어떤 일들은 다행히도 해결되었다. 학교에 출근해 수업을 하고 학생들과 어울리던 예전의 생활과는 많이 다른, 내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새로운 길이었다. 새로운 길을 걷는 건 쉽지 않았다. 재미있고 보.. 2026. 5. 26. 걷기, 지금이 좋다 걷기잔디 밤공기를 가르며 아들과 걷는다. 집 안에서 과묵한 아들은 걷기를 시작하면 이야기를 어딘가에 쌓아놓았다가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풀어놓는다. 나의 아이는 어느 통계에서 ‘쉬었음 청년’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아이에게 들었는데, 그 분류에 의하면 ‘쉬었음 청년’이다. 쉬었음은 일상에의 경험을 잠시 쉬었다는 그 쉼의 완료를 뜻하는 것일까? 지금 쉼을 지속하고 있는 사람도 그 분류에 넣는 걸까? 생각하다가 찾아보지는 않았다. 자신을 ‘쉬었음 청년’이라고 말할 때 아이가 그 순간 하고 있는 생각, 그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그것이 나에게는 더 중요하니까. ‘쉬었음 청년’을 제도적으로 돕고자 한다면 그 분류는 그 존재를 돕기 위한 것이니까 그 도움의 동심원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나에.. 2026. 5. 26. 아이가 데리고 간 세상 아이가 데리고 간 세상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 침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던 아이는 어느덧 거실과 옷방, 서재, 부엌을 누비고 다니는 아이로 자랐다. “이게 모야”는 “엄마”, “아빠”보다 더 정확한 발음으로 내뱉은 첫 번째 단어였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검지로 허공의 무언가를 가리키며 “이게 모야”를 남발하는 아이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보통 한 단어씩 이야기하다가 두 단어를 이어 붙여서 말한다는데. “안녕”을 말하기 시작한 해인이는 사람 외에도 온갖 비인간 존재들을 향해서도, 그리고 (아마도) 보이지 않은 존재를 향해서도 “안녕”을 외치기 시작했다. “녕”이라는 발음이 꽤 어려운데도 곧잘 “안녕”이라 말했다. 해인이 덕분에 새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많은 존재들이 있다는 .. 2026. 5. 26.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2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