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606 <제53호> 하야가 아니면 탄핵을 외칠 때_이재표(마을신문 청주마실 대표) 2012년 12월20일 새벽, 나는 신문 편집실에 있었다. 나는 당시 충북지역 시사주간지 충청리뷰의 편집국장이었다. 원래 신문발행일은 19일이었지만 생생한 대선결과를 담기 위해 발행을 하루 미룬 터였다. ‘독재자의 무능한 딸’이 당선됐다는 기사를 손보던 그 새벽이 지금도 기억 속에 선명하다. 다른 기사는 하루 전에 마감해 놓았던 터라 대선결과 한 꼭지만 마무리하면 됐다.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소식을 써내려가던 그 새벽은 더디 밝았다. 정치부 후배기자와 단둘이었다. 후배는 “빨리 끝내고 술이나 한 잔하자”고 졸랐다. 나는 “야 인마, 지금 술 생각이 나냐”고 역정을 냈다. 일이 끝나갈 무렵 고등학교 2학년 아들에게서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아빠, 술 많이 마시지 마. 5년 뒤에 우리가 바꾸면 되잖.. 2019. 10. 22. <제53호> 일꾼의 시방 여기 짧은 글 어두운 죽음의 시대 내 친구는 굵은 눈물 붉은 피 흘리며 역사가 부른다 멀고 험한 길을 북소리 울리며 사라져 간다 친구는 멀리 갔어도 없다 해도 그 눈동자 별빛 속에 빛나네 내 맘 속에 영혼으로 살아 살아 이 어둠을 살르리 살르리 살아 살아 이 장벽을 부수리 부수리 참담한 마음 한 복판으로 소리 없이 번져나가는 노래를 옮겨 적어 봅니다. 故 백남기 님의 명복을 빕니다. 2019. 10. 22. <제53호> 시 읽기, 그 쓸쓸함에 대하여_이수희(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늦더위가 여전하지만 그래도 가을이다. 가을은 좀 쓸쓸하다. 육아에 바쁜 나에게도 시나브로 쓸쓸한 기운이 파고든다. 이럴 땐 뭘 하면 좋을까. 파란 하늘을 따라 들로 나가도 나쁘지 않을 테고 극장에 홀로 앉아 영화를 봐도 좋겠다. 그중에서도 가장 멋진 일은 서점에 가서 시집을 사고 시를 읽는 거다. 겉멋이라 비웃어도 좋다. 가을엔 시를 읽고 싶다. 시는 참 어렵다. 나는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시는 아무나 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쉽게 읽히는 시도 있지만 내게는 어려운 시가 더 많다. (더 어려운 건 시집 마지막에 붙어 있는 해설이라는 글이다. 대체 무슨 이야길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는 글들이 참 많다. 시를 설명해주는 글을 읽다 내팽개친 시집도 여러 권이다.) 그런데 어려운데도 자꾸 마음이 가는 .. 2019. 10. 22. 이전 1 ··· 167 168 169 170 171 172 173 ··· 20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