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740 <제94호> 벽제에서_박윤준(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회원) 그곳은 벽제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싸늘한 몸이 불구덩이에 들어갔다가 백골과 뼈부스러기가 되어나왔다. 백골은 살짝 힘을 주었을 뿐인데 바스라졌다. 나를 낳고 안았으며 장난치며 씨름을 하던 몸. 가끔은 때리고, 자주 소파위에 누워있었던 몸. 해고 통보를 받은 뒤엔 실없이 웃고, 암 선고를 받은 이후엔 말 없이 창밖을 응시하던 몸. 그 큰 몸이 산소호흡기를 달고 누워있던 중환자실에서는 왜소해보였다. 그리고 그 몸이 산산조각으로 으스러지는 순간은 내가 안주해오던 세계가 부서지기엔 너무 감쪽같이 짧았다. 남은 세 가족에게 닥친 시간들은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생채기를 내었다. 일상을 받치던 커다란 기둥 하나가 무너져 내린 느낌이었다. 그의 몸은 사라졌으나, 나의 의식과 몸은 ‘아빠가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2020. 2. 26. <93호> 일꾼의 시방 여기 짧은 글 새해 새날을 맞이하며 생각한다. 나는 새사람인가? 새해 새날이라 해도 내가 헌사람이면 헌해 헌날이겠지? 새해 새날 오래된 질문으로 시작했다. 2020. 1. 28. <93호> 말과 생각의 겸손함을 배우다_이수희(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새해 들어 처음 읽은 책은 돌아가신 황현산 선생의 트윗을 엮은 책 이다. 선생이 트윗을 시작한 2014년 11월부터 2018년 6월까지의 트윗이 담겼다. 트위터, 140자를 쓸 수 있는 공간이다. 각기의 짧은 140자들을 모아 놓으니 666쪽이나 됐다. 많다면 많을 수도 있는 양인데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손에서 책을 내려놓을 수 없을 만큼 좋았다. 나도 황현산 선생을 팔로우했다. 선생의 트윗을 읽으며 공감했고, 추천해주는 책들을 부러 찾아보기도 했다. 트위터로 볼 때도 좋았는데 책으로 묶인 글들을 보노라니 마음 한 구석이 든든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황현산 선생은 트윗 문장을 다듬고 또 다듬고 공들였다고 한다. 비단 직업정신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반지성의 시대에 넘쳐나는 수많은 폭력적인 말들에 저항.. 2020. 1. 28. 이전 1 ··· 183 184 185 186 187 188 189 ··· 2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