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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박현경(화가, 교사) “난 원체 무용(無用)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그런 것들…….”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김희성(변요한 扮)이 말했다. 추석 연휴, 남편이랑 친정 부모님이랑 넷이서 서울 여행을 했다. 대림동을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숙소에서 잠을 실컷 자고, 이태원 골목들을 산책하고, 천천히 음식을 먹었다. 우리가 걷고 음식을 먹는 속도만큼이나 시간도 느리게 흘렀다. 그 느린 시간 속에 차곡차곡 돋아나는 기쁨이 있었다.이박삼일의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내겐 닷새의 휴일이 더 남아 있었다. 늦잠을 자고, 낮잠을 자고, 어슬렁어슬렁 산책을 하고, 고양이들이랑 장난을 쳤다. 무용하고도 아름다운, 아니 무용하기에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이 ‘무용한’ 순간.. 2024. 9. 26.
줄을 친다는 것 줄을 친다는 것 잔디 작렬하던 매미 소리는 다 어디로 사라져 갔을까? 뜨거운 햇살과 함께 사라져 매미 소리가 툭 끊겼다. 연이틀 내린 비로 갑자기 성큼 큰 걸음으로 방충망을 뚫고 가을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바람이야 어떻게 어떻게 통과할 수 있다지만 가을은 어떻게 이 안으로 발자국을 옮긴 것인지. 신비롭기까지 하다.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방바닥을 따뜻하게 데웠다. 난방 온도를 실내 온도보다 높게 설정! 내가 만약 이 공간에서 홀연히 여행을 떠난다면 챙기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제일 처음에도 제일 나중에도 떠오른 것은 ‘책’. 살면서 우연히 아가야를 쳐다볼 기회가 올 때 심장이 먼저 뛰었지만, 꽃 그려진 접시보다 은은한 빛깔의 머그잔보다 빨간 스웨터보다 아기자기한 스티커보다 처음 물에 둥둥 떠.. 2024. 9. 26.
통일하지 맙시다? 진솔하지 못한 통일 포기론 통일하지 맙시다? 진솔하지 못한 통일 포기론 배상철 (마을N청소년 대표, 인권연대 ‘숨’ 회원) ■ 통일하지 맙시다?89년 평양통일축전. 임종석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임종석은 어떤 존재일까? 아마도 ‘통일’이라는 두 글자가 제일 먼저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통일? 하지 맙시다!’라며 ‘그냥 따로, 함께 살며 서로 존중하고 같이 행복하면 좋겠다.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라고 제안하여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지난 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의 일이다. 임종석은 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돼 있는 헌법 3조를 없애든지 현실적으로 개정하자는 주장까지 펼친 상황이다. ■ 졸지에 반헌.. 2024.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