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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호> 연습 7_잔디 수요일 아침이었다. 남편은 둘째 아이와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길을 나섰고, 남은 아이들은 스스로 채비를 하고 자신들이 있어야 할 곳으로 나가고, 설거지를 하고, 방바닥을 발걸레로 쓱쓱 밀고, 주유소 언니가 아침마다 지나가며 보시고는 재미있어서 한 번 웃고 가신다는 그 빨랫줄에 빨래를 나란히 널고, 향이 구수한 커피를 한 잔 내려 차에 싣고, 어제 부른 노래를 들으며 나도, 길을 나서서 출근하고 있었다. 늘 지나는 첫 번째 터널을 빠져나와 네거리를 지나, 두 번째 터널을 들어가기 전 오른쪽으로 머뭇거리는 고라니를 보았고, 고라니가 아침에 있네, 생각하며 고라니가 차도로 나올 거라 예상치 못했고, 내 차 뒤에서 달려오는 트럭을 보았고, 머뭇거리던 나는 차를 멈추지 않았고, 고라니랑 범퍼가 부딪히는 소리를 .. 2022. 8. 2.
<123호> 봄날의 햇살 / 글쓴이: 박현경(화가) 안녕하세요. OO여중을 졸업한 R이라고 합니다. 제가 그리워하던 친구를 찾던 중에 혹 맞나 싶어 연락드립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2019년 11월 19일 메일을 확인하는 순간, 머릿속이 환해졌다. 세상에, R이 나를 찾아 주다니! 나는 반가워서 바로 답장을 했고 우리는 만났다. 함께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며 중학교 때 얘기, 지금까지 살아온 얘기 등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로도 R과 나는 연락하며 지낸다. 1999년 10월 17일 일요일 나에게 신선한 힘을 주는 R. 하지만 그 애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부담스러운 존재 혹은, 숙제를 잘 빌려 주는 애니까 친근하게 대하지만 사실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진 않을까. 하지만 나는 R이 그렇게 이해타산적이거나 줏대 없진 않을.. 2022. 8. 2.
<후기> 220720 『판을 까는 여자들』로라·신민주·노서영 『판을 까는 여자들』 (로라·신민주·노서영 著, 한겨레출판 刊, 2022) 이여라. 빛나는 언설 몇 그대루 옮겨유. 118쪽 총여학생회를 폐지시킨 권력 / 그저 투표가 곧 민주주의라고 여겨지는, 형식적 민주주의만 완수된 세상에서는 성공한 백래시가 ‘혁명’이 되는 법 – 어쩜 이리 간결허구두 뽀송뽀송헌 정리가 ​ 111쪽 누구를 위한 알페스 처벌법인가 / 알페스 처벌은 젠더 권력을 회복하려는 기획의 일부. 알페스 처벌법이 문제적인 것은 그런 기획을 국회 차원에서 끌어안았기 때문 – 문제 제기허구나서 단 4일만에 구킴 하태경이 발의허겄다구 즉시 반응 ​ 101쪽 N번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2016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집회에선 ‘나는 운 좋게 살아남았다’, 2018년 혜화역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 2022.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