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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호> 슬기로운 탐독생활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_ 이재헌(펠프 미 회원) 부제 ‘편향된 데이터는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지우는가' 우리는 말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이 책은 우리의 응축된 외침의 돋보기 같다. 매일 타는 자동차 안전 설계에서, 누군가 인생을 걸고 준비하는 취업 면접에서, 그가 겨우 취업하더라고 하루 종일 머물러야 하는 사무실 온도설정에서, 그리고 제일 개인의 공간인 화장실 설치 규정까지, 여성들은 모든 곳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정확한 통계들이 나열된다. 여기의 데이터는 성중립처럼 보이는 사회의 모든 것에서 사실 성중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의 증명이기도 하다. 더 이상 남성만이 사회의 디폴트인 것을 반대한다. 디폴트에 여성을 추가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한 가.. 2022. 3. 29.
<119호> 봄밤에 든 생각 _ 잔디(允) 오랜만에 호미를 잡았다. 빨래를 널을 때마다, 보이던 냉이를 캤다. 야무지게 호미질하여 하얗고 긴 뿌리까지 쑥 뽑아서, 캘 때마다 흙을 털고, 누런 잎까지 다듬어 곱게 바구니에 담았다. 냉이 옆에 피어난 망초잎은 쓰윽 베어 그 자리에서 다듬어 냉이 위에 다시, 얌전하게 포개어 놓았다. 그러고는 허리 펴고, 음식물 더미에 식사하러 온 냥이에게 말 걸고, 봄바람 사이에 서서 하늘을 좀 바라보다가 집에 들어와 냉이랑 망초잎을 여러 번 씻어 물에 소금을 한 꼬집 넣고 기다렸다가 팔팔 끓는 물에 넣어 데쳤다. 찬물에 얼른 헹구어 별다른 양념 없이 친정어머니의 간장, 들기름 한 숟가락, 참깨 좀 빻아 넣고 조물조물하여 봄을 먹었다. 지난해 여름 이사한 후, 처음 해보는 나물 뜯기와 나물 반찬이었다. 감개무량하였다... 2022. 3. 29.
<119호> 도움의 품격 (2) _ 박현경(화가) “……그렇게 미웠던 그 사람에 대해서 어느 순간 기적처럼 마음이 바뀌었어요. ‘그 사람이 얼마나 힘들까?’ 온통 그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그렇게 힘든 사람이니까 내가 도와줘야겠다 싶었어요.” 남자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감격하고 있었다. 타인의 힘겨움에 대한 내 공감 능력이 꽤 자랑스러웠다. 그랬기에 당연히 “현경 씨는 역시 참 좋은 사람이에요.” 정도의 반응을 기대했건만, 남자친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놓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그건 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네?” “그 사람이 얼마나 힘들까만 생각하는 건 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어? 네?” “그 사람이 얼마나 즐거울까를 생각하는 게 그 사람에 대한 예의죠.” 처음엔 그 말이 섭섭하게.. 2022.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