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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호> 규정되지 않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하여_서재욱(청주복지재단 연구위원) 몇 년 전 지역에서 아동복지시설의 느린학습자 지원방안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었다. 느린학습자를 지칭하는 용어로 정신의학에서는 “경계선지능”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경계선지능은 ‘지능지수가 71-84 사이에 해당하며 적응능력에 일부 손상이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과거 ‘정신질환진단및통계편람’제1판(DSM-Ⅰ)에서는 ‘경도정신박약’으로 분류되었고, 제2판(DSM-Ⅱ)에서는 ‘경계선정신지체’로 분류되었으나 제3판(DSM-Ⅲ)부터는 ‘정신질환에 속하지 않지만 관심이나 치료의 초점이 되는 조건’으로 정의되면서 장애 범주에서 제외되었다. 경계선지능 인구가 가정과 사회로부터 적절한 지원을 제공받을 때 대부분 뚜렷한 적응능력의 손상을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에 의거한 것이었다. 그러나 과연 느린학습자들이 사회로.. 2021. 8. 30.
<112호> 세현과 잔디_잔디(允) 풀어도 풀어도 여전히 어딘가로 들어가지도 못한 짐과 짐 사이를 산책하듯, 거닐고 있을 무렵 그에게서 문자가 도착하였다. 오늘 출발할까요? 아, 그가 휴가를 맞아 나에게 온다고 했었지... 늘 혼자 보내던 휴가를 잠시, 나와 함께 보내고 싶다고 했었지... 일정을 서로 확인하고, 아이들이 격주 토요일 마다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마치자마자 돌아오고, 남편과 비내리는 날의 짧은 데이트도 잠시 즐기고, 저녁을 잘 먹지 않는 그이지만, 저녁 식사로 옥수수 한 개를 먹고 싶다하여, 돌아오는 길에 옥수수를 구입하고, 서둘러, 드디어, 오후 여섯 시쯤 마당에 먼저 도착한 그와 만나, 눈으로 먼저 인사하고,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스물 세 살 여름에 만나, 스물 다섯 살 겨울이 될 때까지 때때로 만나 서로를 나누던 그와.. 2021. 8. 30.
<112호> 병원 투어_계희수(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마취통증의학과, 외과, 피부과를 번갈아 가며 다니고 있다. 공 세 개를 손에서 팽팽 돌리며 저글링 하듯, 일주일에 병원 세 군데를 돌고, 돌고 돈다. 최근 1년 사이 입원도 세 번이나 했다. 이 정도면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 수준이다. 서른을 기점으로 병원에 드나드는 일이 잦아졌다. 몸을 혹사한 탓인지 나이를 먹어가는 탓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어찌됐든 면역력과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걸 몸으로 체감한다. 정확히 29살이던 해 12월이었다. 6개월간의 수습기자 생활 막바지에 대상포진에 걸렸다. 처음에는 목 주변에 뭐가 빨갛게 올라오더니 작게 군집을 이뤘다. 그냥 여드름인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는데, 군집의 크기가 점점 커지더니 급기야는 뉴스 화면에 보일 정도가 됐다. 피부과를 찾아갔다. 병을 .. 2021. 8.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