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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호> 미투(#MeToo) : 미안합니다. 함께 투쟁합시다._이재헌(청년정당 우리미래) 당신은 미투(#MeToo)로부터 자유로운가? 나는 아니다. 연애하면서 내 감정만 앞세우고 내 입장에서만 생각했다. 상대방이 느낄 불편함과 두려움을 철저히 내 기준에서 판단했다. 연인과 스킨십이 하고 싶을 때, 상대가 거절해도 몇 차례 요구했던 적이 있다. 강요만 하지 않으면 그것이 대화라고 생각했다. 상대가 불편함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단순히 ‘싫으면 계속 거절하겠지’ 라고 생각했다. 얼마 후 상대방은 그 때 내 태도가 너무 불편했지만, 관계를 서먹하게 만들까봐 두려워서 말 못했다고 고백했다. 난 집안에서도 장남이라는 특권을 향유했다. 가부장적인 구조 속에서 어머니와 여동생이 받는 차별을 어렴풋이 느꼈지만 침묵했다.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몇 년 전, 여동생이 어린 시절 쌓인 .. 2019. 10. 24.
<제84호> 봄 _잔디(允) ❀ 수탉 너는 밤에도 소리를 내고, 낮에도 소리를 내고, 새벽에도 소리를 낸다. 아주 큰 소리를. 어느 때는 듣기 어려운 소리를. 홀로 있는 너를 보며 나는, 때로는 왕따 당하고 있는가 하기도 하고, 때론 혼자 있기를 즐기는구나 여기기도 한다. 너의 목청소리를 어느 때는 다른 수탉의 소리와 다른 소리를 내고 있고나 생각하지만, 어느 때는 더 멋진 소리를 내려고 연습중인가 하는 생각도 한다. 그냥 너는 너를 살고 있을 텐데, 너의 소리를 들으면서, 닭장 한 모퉁이에서 먼 곳을 바라보며 소리 내는 너를 보며, 나는 너를 나로 여기기도 하고, 세상일을 너에게 빗대기도 하며, 많은 생각을 한다. ❀ 알 식구들이 먹다 남긴 음식물, 채소 부스러기를 들고 닭장에 들어간다. 꼭꼭꼭 소리를 내며, 닭은 나와 반대편 쪽.. 2019. 10. 24.
<제84호> 질문은 날마다 계속돼야 한다_박현경(교사)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은 귀싸대기를 잘 때렸다. 자습 시간에 잡담을 하거나 숙제를 안 해 오거나 자신의 비위를 거스르는 아이들에게 그는 늘 매서운 체벌을 가했고 교실엔 공포가 감돌았다. 인상적인 점은 ‘질서를 (때려서) 가르쳐야 한다’는 그의 지론에 우리들 대부분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는 것. 그에게 귀싸대기를 맞을 일이 없는 아이들은 대개 착실한 학생들이었으므로, 그의 말을 잘 듣는 것과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사이의 경계가 꽤 애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분위기였기에 그에게서 전권을 위임받은 반장이 친구들을 체벌하는 일도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다. 똑똑하고 모범적인 여학생 J를 투표 없이 반장으로 임명한 담임은 교실을 비울 때마다 J의 손에 30cm 자를 들려 줬다. 떠드는 애를 잡아내 .. 2019.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