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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호> 베트남에서 보내는 편지_정미진 안녕하세요? 이번 글은 베트남에서 숨 소식지를 사랑하는 분들께 보내는 편지입니다. 혼자 배낭 메고 떠나는 여행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 배낭을 둘러맸던 2년 전은 용기 내어 도망친 것이었고 두 번째 배낭을 둘러맨 지금은 용기 내어 시작하기 위함입니다. 어떤 쪽이든 저에겐 절실하고 소중한 시간입니다. 첫 배낭여행 때 한 숙소에서 배운 인상 깊은 이야기가 있는데 여행 내내 동행하는 짐덩이 배낭은 너무 무거울 땐 나아가지 못하고 너무 가벼울 땐 또 여행을 버티기 어려워 배낭의 주인은 끊임없이 무엇을 채우고 무엇을 가볍게 할지 선택하곤 합니다. 그래서 그것이 자신의 삶과 닮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유독 배낭을 여러 번 다시 정리하는 이번여행에 생각나는 이야기네요. 이번 배낭에는 누구에게 쉽게 말하지 못할.. 2019. 10. 15.
<제76호> 산티아고 길을 걷다(2)_김승효(회원)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베이징을 거친 우리는 약 17시간 만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어느 시골 마을에 뚝 떨어진 듯 내린 공항은 높은 건물 하나 없는 초원 위였다. 깨끗했던 가방은 몇 날 며칠을 흙바닥에서 구른 듯 더러움이 여기저기 징표처럼 묻혀 내게 스페인여행의 첫 시작을 알려주었다. 떠날 때부터 산티아고 길을 걷기 전, 바르셀로나에서 사나흘 정도 묵기로 계획했었다. 계획한 대로 카탈루냐광장을 누볐고, 온종일 가우디의 발자취를 좇기도 했다. 세계 3대 성스러운 검은 성모상이 있는 몬세라트 수도원에 올라 바실리카 대성당 제단 뒤편 2층에 자리 잡은 검은 성모상을 안아보기도 했다. 비가 내리면 그것대로 멋스러운 도시에 생전 피카소가 머물렀던 집이 지금은 그의 습작부터 많은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미술관으로 변.. 2019. 10. 15.
<제76호> 지나간... 지나온...,_잔디(允) 커다란 상수리나무 그늘에 앉아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에 고마워하며, 이 숲에 옮겨 심은 줄기 굵은, 오십 살은 되어 보이는 느티나무가 소생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설경을 품은 영화 한 장면에 위로받고, 투명한 커피 컵에 얼린 얼음을 내 어머니가 하셨듯이 긴 바늘과 나무 밀대로 톡톡 깨어 아이 입에 넣어주기도, 진하게 탄 블랙커피에 동동 띄워 얼음과 컵과 숟가락이 부딪는 시원한 소리 들으며, 엄마 미숫가루 타 줘 소리에 와 고소하겠다~ 하며, 한낮 더운 바람 나오는 선풍기에도 고마워하며 이 여름을 건너고 있어요. 지나가면 곱게 접혀질 제 이야기의 한 부분이, 다른 해와는 다소 다르고 힘들기도 했던 한 때가 지나갑니다. 한 밤엔 서늘하여 온통 열어놓았던 커다란 유리문과 창문을 닫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어느 .. 2019.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