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970 <제75호> 혐오에 지지 않고 끈질기게 행복하길_정미진(활동가) 무더운 여름 시원한 에어컨 바람아래 페이스북을 뒤적이며 쇼파에 널부러진 자세는 여름의 정석일까. 백수의 정석일까. 하고 싶던 일들이 100가지는 되는 듯 했는데 퇴사에 따른 긴장의 끈이 풀리는데 꽤 시간이 걸리는가 보다. 맞물려 최근 손안의 세상은 난민에 혜화역시위에 이때다 싶은 아우성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평소 소화되지 않는 ‘손안의 세상 이야기’는 외면하는 편이였지만 무엇 때문인지 외면하지 못하고 하나씩 열어보게 되었다. 손안의 세상 때문인지, 퇴사때문인지 눈뜨고 반나절을 근육통에 시달린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백수인 탓에 그 근육통을 진통제로 대응하지 않고 그냥 일상과 함께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손안의 세상은 나의 일상에 침투하기 시작한다. 그 중 첫 번째는 난민에 대한 가짜뉴스.. 2019. 10. 15. <제75호>산티아고 길을 걷다 1 _ 김승효(회원) 내가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걷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도시들을 두루두루 돌아온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지금은 언제 다녀왔나 싶을 정도로 아득하기만 하다. 아득한 기억들을 뒤돌려 여행기를 쓰려고 보니 머릿속이 깜깜하다. 그래도 다녀온 여행을 이렇게 기억하고 남길 수 있도록 지면을 배려해주심에 감사한 마음이다. 여행 가기 전에 숨지기의 응원 배웅을 받았다. 다녀온 후에도 무사 귀환을 축하하는 마중을 받았다. 고마운 마음에서라고 말하면 속 보이는 일이겠지만 아마도 글로써 내 작은 경험을 나누는 일은 이곳에서가 유일할 것이니 최선을 다해 전해보려고 한다. 요 며칠 동안 시간을 거슬러 산티아고 여행을 떠올리고 있다. ‘가기 전에 어떻게 마음을 먹었더라? 어떻게 준비를 했더라? 여행 중에 어떤 일들이 있었더라? 내.. 2019. 10. 15. <제75호> 바람 한 줄기_允(잔디) 홀로 깨어있는 깊은 밤. 카페인은 안돼 하면서도 나에게 선물하는 고요 한 잔. 보리차나 물 한 잔이 나을까 갈등 한 잔. 그래도 고독은, 쓴 커피지 여유 한 잔. 여름 비 맞으며, 이젠 손자손녀가 쓰지 않는 어린이집 가방 속에 고추끈을 넣고, 절룩거리는 발걸음으로 고추밭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시며, 고추끈 매는 그를, 미련하다거나 욕심이 많다고 할 순 없겠지. 그리 키운 먹거리를 자식에게 나누어주시고, 장에 팔거나 이웃에 팔아, 쪼개어 당신 용돈 쓰실, 어린이집 가방만치 작은 체구의 낯모르는 어머니. 살아오시는 내내 발뒤꿈치가 닳았을 당신... 가끔 나를 통해 밖으로 나간 글과 나,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글과 나를 함께 보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아직 내게서 나가지 않은 글을 내안에 담고 있는.. 2019. 10. 15. 이전 1 ··· 292 293 294 295 296 297 298 ··· 3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