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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님. 챗님.잔디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밭 한가운데서 감자 캔 자리에 호미로 살짝 흙을 걷어 올리고 콩 세 알을 넣는 걸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하며 반복하겠지. 그러다 허리를 펴려고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겠지. 그리고 누군가는 자기만의 방에서 잠을 자기도 하겠지. 누군가는 시를 쓰려고 잔뜩 등을 구부리고 다가올 언어를 찾거나 기다리거나 하겠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아침의 분주함으로 사람을 맞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차 한 잔을 만들어 창가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며 잠시 고요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다. 누군가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면서도 친절한 듯 물결무늬 문장 부호 “~~~”를 상대에게 보내는 문장의 끝에 어쩔 수 없이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하나 정도는 넣고 있을 수도 있겠다. 나는 조금 전 하안거 프.. 2026. 6. 25.
‘惡貨가 良貨를 驅逐한다.’ ‘惡貨가 良貨를 驅逐한다.’이내 ‘惡貨가 良貨를 驅逐한다.’토마스 그레샴의 말이다. 구축은 쫓아낸다는 뜻이다. 해군 구축함에 이 한자를 쓴다. 영어로 쓰면 간단하다.‘Bad money drives out good.’ 금화는 부자집 금고에 쌓이고 시중에서는 동전만 쓴다는 뜻이다. 정말 좋은 것은 밀려나고 질이 떨어지는 것이 대세를 이루는 역설적인 상황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초 ‘Lemon market’이란 말도 나왔다. 1960년대 미국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던 폭스바겐 자동차를 빗댄 말이다. 폭스바겐은 딱정벌레(Beatle)라는 애칭을 얻은 소형 승용차로 미국 시장을 잠식했다. 대형차 위주의 미국에서 ‘Think Small’이란 광고 캠페인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였다.1964년 폭스바겐 .. 2026. 6. 25.
장소들 장소들박현경(화가, 교사) 1.상담을 받고 나면 거의 언제나 눈물이 난다. 눈물을 훔치며 도교육청 건물을 빠져나온다. 저 길 건너편엔 버거킹이 있다. 거기까지만 걸어가면 목을 축이며 쉴 수 있다. 아니 숨어 있을 수 있다.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한 기분으로 겨우 걸어서 버거킹에 들어선다. 스프라이트 제로 라지가 할인해서 천 원이다. 달콤하고 톡톡 쏘고 시원한 스프라이트를 한 모금 또 한 모금 삼키며 남몰래 운다. 그렇게 삼십 분이 흐르면 나는 다시 씩씩하게 일어나 걷고, 버스를 타고, 또 걸어 집에까지 갈 수 있다. 그럴 수 있는 힘을 얻는 장소, 도교육청 맞은편 버거킹 1층 구석 자리가 나의 명당이다. 2.작업실에 들어설 때마다 안도감에 젖는다. 바닥엔 고양이 털 뭉치와 종잇조각이 굴러다니고, 책상 위엔.. 2026. 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