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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음식 내가 사랑하는 음식박현경(화가, 교사) 1. 남편의 ‘짜파구리’긴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온다. 남편도 곧 퇴근해 집으로 온다. 초집중 상태로 하루를 보낸 끝, 몸이 노곤하고 눕고만 싶다. 배만 안 고팠다면 그대로 누워 버렸을 터. 남편은 집에 오자마자 조리를 시작한다. 오늘의 메뉴는 짜파구리. 물을 끓이고 너구리와 짜파게티 봉지를 뜯어 면을 끓는 물에 넣는다. 너구리 면을 짜파게티 면보다 더 먼저 넣어야 한다. 너구리 소스는 절반만, 짜파게티 소스는 한 개를 다 쓴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달구고 대파를 송송 썰어 볶는다. 계란 후라이를 부친다. 내가 반숙을 좋아하므로 반숙 후라이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남편이 한다.완성된 짜파구리를 그릇에 담고 볶은 대파를 고명으로 얹는다. 반숙 계란 후라이도 얹는.. 2025. 6. 24.
촌촌여전 촌촌여전 – 상주함께걷는여성들, 지식의편집 우리가 이어갈 수 있는 한걸음배상철 상주함께걷는여성들은 농촌인 듯 도시 같고 도시인 듯 농촌 같은 지역 상주를 지키고 아끼고 일구며 살아가고 있는 상주 여성 15인의 모임이다. 상주에서 살아가는 15인 여성의 삶은 참 다양하다. 각자 생각하는 고민 지점도 부딪히는 문제의식도 각각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포현한다. 청소년 당사자, 학교 선생님, 여성 농부, 시인, 수필가, 책방지기, 기후활동가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의 공통된 지향점은 ‘상주지역, 상주 여성, 여성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촌촌여전은 어떤 면에서는 너무도 평범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 ‘그런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평범한 듯 진솔한 삶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 2025. 6. 24.
수다 수다잔디 휴일 오후 문득 나선 길. 접시꽃이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피어난 걸 숨죽여가며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담고, 조금 걷고, 도서관 앞에 있는 자그마한 샐러드 집에 들어가 이제 막 진하고 차가운 커피를 한 모금 머금은 그때 뜻밖에, 어떤 이의 눈물을 만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요? 내 속도 내 속이 아닌데 어째 이리 우나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갈 것인가요? 내 과거의 한 때 어릴 적 나도 어찌할 수 없는 마음에 눈물이 그냥 흘렀지 하며 눈물 흘리는 그의 마음과 잠시 머무를 것인가요? 저는 돌아서지 못하고 그의 등을 쓸거나 흐르는 그의 눈물이나 콧물을 닦을 티슈를 자꾸 건네거나 슬픔이 차오르면 눈물로 콧물로 내보내야지 그래야지 생각하며 그의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는 그 시절의 어떤 아이처럼.. 2025.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