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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는 마음 2024. 9. 26.
연푸른 혀들 연푸른 혀들  김해자  이른 아침부터 참새도 할 말이 많다 중구난방 회합장이 된 이 집 지붕은 누구 것인가, 하품 늘어지게 하며 묻는 사이에도 우르르 날아오는 이 밭은 무료 급식소, 옆집 굴뚝에 세사는 딱새들이 쪼아 먹어도 군말이 없다  황금조팝 겨드랑이에서 노란 혀들이 솟아나고 있다 진군 명령 없어도 알아서 포복한다 잔디는 일렬횡대로 어깨를 겯고 부추도 장딴지에 힘을 준다 뿔이다 안간힘으로 밀어 올리는 푸른 비명이다 멍이다 숨어 지내던 갓도 깃대를 세우고 사철나무에 더부살이하던 더덕도 혀를 내민다 뽕나무 그늘 귀퉁이에서 꽃마리가 떨고 제비꽃이 수줍게 환호한다  등기권리증이 통하지 않는 거주지 이 공화국엔 형형색색 깃발들이 나부낀다 기지개 켠다 벌과 나비도 추위와 배고픔을 증명하지 않아도 기초수급은 된다.. 2024. 9. 26.
남탓이로소이다 성적 좋은 이들이 검사가 되고 의사가 되고눈치 좋은 이들이 정치인이 되고 장차관이 되고그리고 싸운다 아귀다툼이다성적이 좋거나 눈치가 좋거나 그런 이들을 추켜 세웠다이웃과 공동체의 운명은 나 몰라라공부 잘한 놈들끼리 눈치 좋은 놈들끼리사람 목숨 따위, 공동체의 윤리 따위 하찮게 여기며너만 잘 살아라, 우리가 남이가 하며일본에 빌붙고 미국에 빝붙고 독재에 빌붙고 자본에 빌붙은무엇하나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일상이오늘에 참담한 자화상이며 이게 모두 남탓이로소이다 2024.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