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1047 139호(2023.11.25 발행) 2023. 11. 27. 바람의 가닥 바람의 가닥 박홍규 한꺼번에 몰려오는 바람 뭉치라 해도 색깔이 가닥가닥 똑같지 않다는 사실을 어느 도시 좁고 냄새나는 거리를 지나왔는지 무슨 계절의 강물을 하루 중 어느 때의 들판을 만나고 왔는지 숲을 통과했다면 무슨 나무 어느 나뭇잎을 거쳐 왔는지 들여다보면 바람 갈피 갈피마다 제각각 묻어 있는 속사정 있기 마련이지만 분명한 건 어디서 무슨 색에 물들어 불어오든 닿는 바람 한 올 한 올마다 나를 흔들어 대고 별수 없이 그때마다 나는 흔들린다는 사실을 그러니 왜 나는 흔들리는지부터 도대체 몇 가닥이 뭉쳐 게다가 끊이지 않고 들이닥치는지 그 중 어느 서늘함에 나는 더 휘청이는지까지 궁리 끝에 알아낸다 해도 여전히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 나무보다 구름(고두미, 2023) 2023. 11. 27. 친구 2023. 11. 27. 이전 1 ··· 74 75 76 77 78 79 80 ··· 34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