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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덩 풍덩 잔디 한낮부터 해질 때까지 수영장에 푸웅덩, 포옹당 빠져 얼굴이 빨개지도록 노는 아이들을 한 눈만 뜨고 보는 돌멩이처럼 앉아서 보던 나는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아무도 없는 풀벌레소리만 가득한 깜깜한 밤 아이들이 놓고 간 튜브를 끼고 수영장으로 냅다 뛰어 들었어 앗 차가워, 하며 혼자 수영장 바닥을 짚고 이리저리 헤엄치다 돌다 걷다가 튜브를 빼고 살며시 뒤통수를 물에 담그고 팔, 다리를 쭉 펴고 힘을 빼고 둥둥 떠서 눈만 깜박깜박 밤하늘을 바라보았지 풀벌레소리가 딱 멈추고 별빛 이야기가 들려왔어 물속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다가왔지 뭐야 고개를 들면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고개를 담그면 별빛 이야기가 다가오고 고개를 들면 풀벌레 소리가 나를 감싸주고 고개를 담그면 별빛 이야기가 나를 안아주고,.. 2023. 8. 25.
묻지마 장갑차 묻지마 범죄와 불심검문 배상철 (마을N청소년 대표, 인권연대 ‘숨’ 회원) ■ 구멍 뚫린 치안 '묻지마 범죄' 대한민국의 공권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도심 한복판에서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 신림역 인근 무차별 흉기 난동으로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일이 있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분당구 서현역 ‘묻지마 칼부림’으로 14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이후 온라인상에는 전국 곳곳에서 묻지마 범죄를 예고하는 글들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었고, 시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이에 경찰은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고, 전국 주요 지하철역 등 다중이용장소 11곳에는 전술 장갑차를 투입했다. 소총으로 중무장한 경찰특공대 전술 요원도 배치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흉기 난동 범죄에 대해서는 총기, 테이저건 등 정당한.. 2023. 8. 25.
해원(解冤)과 상생(相生) 휴가 첫날 속리산 법주사를 찾았습니다. 관람료가 폐지되고 첫 방문이었습니다. 마음에 걸림이 없으니 평화로웠습니다. 느릿느릿 경내를 살폈습니다. 살아오면서 여러번 팔상전을 봐왔는데 한 번도 안에 들어간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신발끈 푸는 것이 귀찮아서였을까... 세월과 함께 가만히 늙어가는 법당안이 좋았습니다. 문가에 붙은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팔상전을 세바퀴 돌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처음 들어와 봤으니 소원을 빌어보자 마음먹었습니다. 눈을 감고 소원을 빌고자 하였으나 딱히 떠오르는 소원이 없었습니다. 눈을 감고 조금 시간이 흐르자 문득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내 안에 쌓여있는 울분이 함께 떠올랐습니다. 그 마음을 가만가만 살피며 억울한 죽음과 삶, 모두.. 2023. 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