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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탄생' 강독 후기 나눔 5회차에 걸친 '헌법의 탄생' 강독회였습니다. 신성철 근대 헌법의 기원과 탄생 과정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기초로 복잡한 현시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역사서 같은 ‘헌법의 탄생(국가의 헌법은 어떨게 만들어 졌는가)’ 은 정치‧사회‧경제 등 헌법 제정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살펴보면서 ‘역사가 법을 만들고 법이 역사를 만든다’는 저자의 말을 공감하게 만든다. 헌법은 ‘우리의 발명품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만든 질서라는 것’, ‘주권자로서 시민이 각자의 권한으로 헌법을 만들고, 헌법을 근거로 근대성을 갖춘 현대인의 품격을 유지한다는 것’, ‘헌법의 권리와 준수의 의무를 넘어 공동체 구성원의 삶의 형태가 모두 헌법에 포함되고 공동체 구성원들은 헌법의 수호자라는 것’, ‘정치는 정치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헌법과 현.. 2023. 11. 13.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눈부시게 불완전한 / 일라이 클레어 은규 일꾼 일라이 클레어는 장애 있는 생명들, ‘몸-마음’을 단순하게 정의했다. “눈부시게 불완전한 많은 존재들 중 하나인 채로, 모든 게 이토록 복잡하고 단순할 수 있을까?”라고. 비장애 중심주의, 이성애 중심주의, 백인 남성중심주의 등으로 세상을 보지 않는다면 일라이 클레어의 통찰에 수긍할 것이다. 그러나 눈부시지만 불완전한 몸-마음들은 제 눈에 낀 비늘을 벗겨 낼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외려 그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으스대고 추앙하고 있는 세상이다. 장애인과 유색인, 낯선 타자를 비인간화하며 혐오와 차별 그리고 격리와 멸종의 넘쳐나는 사례들을 이 책에서 접할 수 있다. 장애인에게 치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의료 행위는 세계를 비장애 중심주의와 의료산업 복합체의 .. 2023. 10. 26.
고요에 헹구지 않으면 고요에 헹구지 않으면 백무산 이른 아침 난데없이 꽃밭에 꽃이 흐드러진 건 내 탓이다 식전부터 앞뒤 다니며 쿵쿵거렸고 내 불면을 화풀이하느라 툴툴 바람을 울렸고 제 빛깔 다 머금기 전에 고요가 몸에 다 무르익기 전에 파르르 놀라 드러낸 건 꽃이 아니라 공포였다. 씨앗은 자신을 떠나 고요를 통과해야 자신을 불러낼 수 있기에, 누구나 깊은 잠을 자야 하는 이유는 몸을 떠난 고요를 불러들일 수 있기에, 잠은 하루치 노동을 지우고 고요를 불러들일 수 있기에, 해가 뜨면 내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육즙 빠져 쭈그렁바가지가 된 시간이 고요에 무르익어야 내일이 뜨기에, 시간을 고요에 헹구지 않으면 오늘을 반복할 뿐 내일의 다른 시간이 뜨지 않기에 - 거대한 일상(창비, 2008) 2023.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