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606 <제82호> 보통의 겨울 달밤_잔디(允) 아침. 잠을 충분히 잘 잔 유쾌한 목소리로 아이가 묻는다. 아이 - “엄마, 분무기로 물 뿌려 줄까?” 나 - “...... 아니.(퉁명스런)(자다가 봉창 두드리나...)” 아이 - “(여전히 유쾌한 목소리로) 엄마는 꽃처럼 예쁘니까...” 나 - “ㅋㅋㅋ” 녀석의 유머가 그의 마음속에서도 웃음으로 피어나기를 바라는 보통의 아침. 스무 살에 혼인하여 그때의 나이보다 더 길게 스무 여섯 해를 한 남자와 오롯이 살아온 여자의 이야기를 듣는다. 아이 둘을 낳고, 그 아이들이 또한 스물이 넘어 자신을 살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그 곁을 지킨다. 농사라는 것이 누군가는 자영업이라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일이라 여기지만, 그럴 수 없는 일이다. 초록은 밤에도 자라고, 그가 몸이 아플 때에도 자라고, 그.. 2019. 10. 23. <제82호> 작별_박현경(교사) 남편과 내가 오늘 픽퓌스 가(街)에 다시 온 건, 히앗 아저씨랑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35일 전 프랑스 땅에 첫발을 디딘 날 저녁, 우린 바로 이 거리를 걸어 우리의 첫 숙소에 도착했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오래된 건물, 삐걱이는 나선형 나무 층계를 오르고 또 올라 7층 복도 끝 조그만 원룸. 거기에 짐을 풀고 낡은 계단을 다시 빙글빙글 돌아 내려와 처음 간 곳이 동네 슈퍼 ‘시티스’. 이 슈퍼의 채소 코너 담당 히앗 아저씨가 우리를 어찌나 정답게 대해 주시던지, 긴 비행 끝에 배낭을 멘 채 낯선 거리를 걷느라 쌓였던 피로가 금세 녹아 사라졌었다. 뭘 살지 머뭇대면서 시간을 지체해 미안해하는 우리에게, “밤 열두 시까지 골라도 돼요. 천천히 골라요.”라며 환히 웃으셨는데, 별것 아닌 그 말씀이 참.. 2019. 10. 23. <제81호> 시방 여기 일꾼의 짧은 글 “절 받으세요.” 넙죽!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모든 사람이 새해 새날 조금 더 행복하고 조금 덜 불행하기를 기원합니다. 공감하고 공유하고 그리하여 공존의 길을 함께 걸어간다면 한결 숨 쉬기가 편해지리라 믿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 하고 예 할 것은 예 하는 분별 있는 삶의 연대를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세뱃돈은 사양하겠습니다. ^^ 2019. 10. 23. 이전 1 ··· 155 156 157 158 159 160 161 ··· 20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