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호> 바라보기_允(잔디)
주방 작은 창 한 켠을 따라, 군데군데 아기감나무가 자라고 있는 긴 밭을 바라보며, 아이비가 한껏 줄기 끝에 새로운 아기 이파리를 키우고 있다. 매일 그를 바라보지만, 매일 신기하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그를 본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한다. 아, 나는 나를 그런 시선으로 보고 싶었던 걸까? 아침에 일어나, 일어나려고 마음먹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저절로 5시 30분, 5시 40분께에 눈이 떠진다. 누군가 이제 일어나 너를 보아, 라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을 거는 것처럼. 내 몸을 세차게 흔들어 깨우거나, 일어나는 것을 당연하게 강요하는 것 같은 목소리가 아니라, 호기심어린 목소리로 손 내밀며 어딘가로 초대하는 기운으로 내가 나를 깨운다. 자주 공책을 마주하며, 쓰기의 방식으로 나를 바라보아준 지..
2022.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