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호> 나는 여전히, 시인이 되고 싶어라_잔디(允)
미희가 있었지. 내 인생에, 초등 3학년 때부터 스무 몇 살까지 미희가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부터 미희와 나는, 농구부에서 교대로 센터 역할을 했다. 농구부 언니들에게 경기 진행을 능숙하게 못한다고 혼날 때에도 서로 위로해 주고, 더운 여름 날, 순발력 향상 훈련한다고 왼쪽으로 뛰다가,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면, 방향을 바꾸어 오른쪽으로 뛰는 것을 한참 한 후 숨이 헉헉 거릴 때에도 조금만 더 참자는 눈빛을 주고받던 미희. 이런 저런 연유로 6학년이 되어서는 농구부에서 나와 서로의 집으로 마실을 가서 떡볶이를 해 먹기도 하고, 어딘가에서 빌려온 만화책을 보며 깔깔거리던 그때... 미희네 집 뒷마당엔 오늘처럼, 빨간 양귀비꽃이 피어있기도 하였다. 우리 집에 놀러오면, 집에서 붕어빵 봉지를 접는..
2019.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