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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호> 우리 곁의 사라져가는 소중한 것들에 대하여_이재헌(우리미래) 5년 전, 낯선 도시 청주로 왔다. 대학원 생활을 하며 많은 스트레스로 우울할 때 집에서 가까운 구룡산을 자주 걸었다. 오솔길을 오르다보면 울퉁불퉁하지만 부드러운 숲길의 촉감이 느껴져 발바닥에 온 신경을 집중하게 된다. 딱딱하고 평평한 아스팔트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즐거움이다. 밤에 조용히 걷다보면 1~2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타지 생활의 외로움, 공부 스트레스, 그리고 지도교수의 폭언에 지친 마음은 안정이 되곤 했다. 눈이 많이 오는 날은 구룡산이 더 고요해진다. 자동차 엔진소리는 아득해지고 숲길에서 자주 들리던 새소리나 산짐승 발자국 소리도 사라진다. 작은 숲에서 느낄 수 있는 구룡산의 안정감과 포근함이 좋았다. 사막 같은 도시 속에서 구룡산은 나에게 오아시스였다. 우리 곁의 자연은 예전 모습을 잃어가.. 2019. 10. 24.
<제85호>J에게 기대어..._잔디(允) 대추나무가 초록잎을 내는 시절. 대추나무의 초록잎을 보며, 봄이 완성되었구나 합니다. J군과의 인연으로 뵙게 되어 반갑고, 고맙습니다. 오늘 이른 저녁, 선생님의 전화를 받으며, J군과 함께 하시는 동안, 참고하시면 좋을 내용을 적어드리고자 이글을 시작합니다. 물론, 제 입장에서 서술하는 내용이니, 참고는 선생님의 선택...^^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을 만나면서 아니, 도움을 필요로 하시는 분들을 만나면서 늘 ‘도움’의 지점에서 여전히 많은 생각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지점과 제가 도움을 드리는 분께서 생각하시는 지점이, 내용이 다를 때에도 난처하거나 어렵습니다. 그 대상이 성인분일 때와 학생 혹은 아동일 때, 그때마다 고민의 깊이나 내용이 확연히 달라지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는, J군은 가정에서 기댈 .. 2019. 10. 24.
<제85호> 하복 윗도리에게 사과를_박현경(교사) “어젯밤에 집에 가서 하복을 다시 입어 보았다. 그래, 생각했던 만큼 나쁘지는 않구나, 하고 생각했다. 오히려 하복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마음속으로 하복 윗도리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젠 벌써 오래전이 되어 버린 어느 날 오후에 나랑 같이 먼 길을 걸어가서 그 하복을 사 왔던 엄마에게도 마음속으로 용서를 빌었다.” 2002년 9월, 열아홉 살 박현경이 썼던 이 글을, 2019년 5월, 서른여섯 살 박현경이 다시 읽는다. 옛 일기장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연필 손글씨. 17년 전 고3 교실 어느 쉬는 시간에 이 문장들을 적으며 시큰했던 코허리 느낌도 생생히 떠오른다.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우리 집은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웠다. IMF 사태의 여파였다. 교복 값은 큰 부담이었고 그런 우리 가족.. 2019.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