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호(2025.9.25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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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지(민간매각)의 비극
공유지(민간매각)의 비극배상철 (마을N청소년 대표, 인권연대 ‘숨’ 회원) ■ 공유지의 비극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은 미국의 생태학자 개릿 하딘(1915~ 2003)이 사이언스지에 기고한 글로 주로 정치학, 미시경제학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이다. 양을 키우는 마을에 모두가 함께 쓰는 목초지가 있다면, 그 마을에 양을 키우는 사람은 누구나 공유지를 무한정 사용하고, 그 결과 양이 먹을 풀이 없어져 목초지는 목초지의 기능을 상실하고 황폐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학자 오스트롬은 시민사회 공동체의 자발적 해결이라는 대안을 제시하였다. 공유지 마을 구성원들이 자발적 공유의식에 바탕을 두고 효과적인 소통을 하여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음으로써 공유지 비극이 충분히 극복 가..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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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다림
어떤 기다림잔디 빨래를 널으러 뒷마당에서 빨랫줄로 걸어가는 짧은 거리에도 내 등 뒤에서 툭, 하고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주홍빛 해가 하나 뒷마당에 깔아놓은 파쇄석 위에 떨어져 있다. 해를 가만히 들여다보다 꼭지를 떼어내고 반을 갈라 조금 먹어본다. 어제 먹은 것보다 엊그제 먹어본 것보다 달다. 아무도 부르지 않고 혼자만 먹는다. 먹는 동안에도 아까 해 떨어진 옆자리에 해가 또 떨어진다. 냉큼 주워 조금 맛보고 다시 혼자만 먹는다. 온종일 뱃속에 든 두 해님 덕분에 온기가 그득하겠다 싶다. 그래도 가을은 기어이 돌아오고야 말아서 퇴근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주홍빛 해의 빛깔을 닮은 하루에 한 번뿐인, 노을이를 놓치기 일쑤다. 그래서 피부가 진짜 가을이가 돌아왔나 보다 느끼던 날부터는 퇴근할 때, 동료들..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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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순이 발톱
왕순이 발톱박현경(화가, 교사) 왕순이 발톱. 최근 우리 부부의 이슈였다. 고양이 왕순이는 올해 열세 살이다. 젊었을 때는 스크래처를 신나게 박박 긁어 대며 스스로 발톱 관리를 하더니, 나이를 먹어서인지 요즘은 활동량이 적어지면서 스크래처를 잘 안 긁어 발톱이 꽤 자랐다. 하필이면 내향성 발톱이라 발바닥 살을 파고들어 왕순이가 아파했다. 그래서 몇 달 전엔 고양이 미용 하는 곳에 데려가 발톱을 깎아 달라고 했는데, 발톱 깎기를 마치신 미용사분은 왕순이 성질이 보통이 아니라며 이리 저리 빨갛게 할퀴인 팔뚝을 보여 주셨다. 미용사분께 죄송했고, 또 평소엔 순둥이인 왕순이가 이런 공격성을 보였을 정도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전쟁 같은 발톱 정리를 마치고 어느새 시간이 흘러 ..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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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네임
펠프미 서른 네 번째디어 마이 네임, 이름이 지워진 한 성폭력 생존자의 진술서 너머 이야기- 샤넬 밀러 지음/ 성원 옮김 피해자가 된다는 건 신뢰받지 못한다는 참혹한 현실을 뚫고 건져올린 디어마이네임 이재헌 샤넬 밀러가 2015년 저 먼 나라에서 겪었던 참혹한 일이 데자뷰처럼 너무나 선명하게 눈앞에 그려진다. 사법부는 정의의 대리인인척 하지만 실상은 기득권과 남성사회의 파수꾼일 뿐인가. 이런 암담한 세상에서 샤넬 밀러의 용기라는 등불은 그와 유사한 피해자에게 확산되고 병들어 있는 사회를 불태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점점 더 혐오와 가해가 더 빠른 속도로 광장을 점령해 간다. 언제쯤 약자의 투쟁이 마침표를 찍고 우리 사회의 약자도 존중받을 수 있을지, 멀게만 느껴진다. ‘내가 당신과 함께 ..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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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여자들 하기정 죽은 다음에야 이름이 불리는 여자들이가랑이 사이 대바구니를 끼고 나물을 뜯는다 고모 이모 숙모 당숙모 시모 친모 온갖 어미들이할머니 외할머니 큰할머니 왕할머니 온갖 할미들이 지붕 위에 흰 저고리 던져놓고붕붕붕 박각시나방이 혼례 치르는 초저녁에폐백으로 받은 밤송이를 가랑이 사이에 두고가시가 찌르는 줄도 모르고 가시네 가이네 계집애 온갖 여자들이가랑이 사이에 뜨거운 쇠붙이를 넣고전쟁을 향해 돌을 던진다 돌을 던진다 돌을 던진다임진년아 병자년아소녀들아, 소녀들아 작고 여린 꽃잎들아 화냥년아 잡년아 여기가 어디라고 발을 디리놓나,꿈들이 밤마다 설치류처럼 치맛자랏을 쏠고베냇저고리 젖내를 풍기며소녀들아, 소녀들아 작고 여린 꽃잎들아 달이 빠진 우물에 뚜껑이 덮이고미망의, 아직 죽지 못한 여자들이흰 버..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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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을 둥글게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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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인 사람
친구와 캔맥주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로버트 레드포드를 떠올렸다.“페이스북에 누가 로버트 레드포드를 추모하며 써놓은 글인데 시적인 사람 혹은 산문적인 사람 가운데 로버트 레드포드는 시적인 사람이었다고. 그 문장이 마음에 들더라. 시적인 사람.”친구는 말했다.“맞아 그래. 함께 영화에 나왔던 폴 뉴먼은 산문적인 사람이야. 사업을 해서 큰돈을 모았고 사후에도 여전히 돈을 모으고 있지. 그런데 로버트 레드포드는 일을 벌였어. 독립영화제도 열고 NGO운동도 하고 그리고 정치적 발언도 서슴없이 했지”나는 말했다.“그게 그렇게도 연결이 되는구나.”그렇다면 나는 시적인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캔맥주를 앞에 두고.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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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10 에덴원 인권교육 진행11 인권교육모임 간담회21 남성페미니스트모임 ‘펠프미’진행24 충북인권협의회 참석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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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호(2025.9.25 발행)
2025.09.25
활동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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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이른 한가위 인사 드립니다. 긴 연휴 행복하시기를.
편안한 숨 고르고, 나누는 한가위 되세요.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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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과 함께 있습니다’ 디어 마이 네임
펠프미 서른 네 번째'디어 마이 네임' 샤넬 밀러 지음, 성원 옮김피해자가 된다는 건 신뢰받지 못한다는 참혹한 현실을 뚫고 건져올린 디어마이네임 이재헌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읽어가며 분노, 무력감, 슬픔이 반복해서 떠올랐다. 성폭력의 피해자는 언론에서도 사법체계에서도 존중받는다고 느낄 여지는 하나도 없었다. 전방위적으로 조여오는, 너무나 숨막히는 2차, 3차 폭력에 독자인 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 사건은 샤넬 밀러만의 일이 아님이 너무나 잘 알 수 있었다. “나는 돈만 있으면 감방문이 활짝 열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나는 폭력이 발생했을 때 여자가 술에 취한 상태였으며 이 여자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나는 폭력이 일어났을 때 남자가 술에 취한 상태였으면 사람들이 그 남자를..
202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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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을 가다
2025 인권연대 숨 평화기행 '골령골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을 가다' 유호찬절정의 폭염 속 좁은 길을 따라 산으로 들어선다. 몇 장의 추모 현수막이 아니었다면 1950년 6월, 7천여 명이 학살되어 매장되었다는 끔찍한 역사의 현장이란 것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황폐했다. 2024년 12월 준공 예정이라는 '진실과 화해의 숲' 조성은 온데간데없고, 세월에 쓰러진 화환과 빛 바랜 바람개비들만 비칠거린다. 깊은 숲의 향기도 선선한 바람도 없이 내리쬐는 햇볕에 모든 것이 숨죽이고 있다. 75년 전 사체의 피와 고름이 계곡을 넘쳤을 그 여름은, 얼마나 덥고 아팠을까.......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골령골'
202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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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의 땅
펠프미 서른 세번 째귀신들의 땅 鬼地方 천쓰홍 장편소설, 김태성 옮김 / 민음사 “바람은 한 겹 한 겹,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이은규 ‘포르모사, 아름답다.’ 타이완의 포르투갈식 옛이름이다. 1542년 이 섬을 발견한 포르투갈 선원의 일지 속에 기록되어 있다. 타이완의 또 다른 이름은 메이리다오. 아름다운 섬. 타이완 사람들은 포르모사와 메이리다오라는 별명을 좋아한다고 한다.타이완은 오스트로네시아인을 위주로 선주민의 역사가 유지되었으며 16세기 무렵에야 세계사에 등장했다.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쟁탈 지역으로 그리고 한족의 집단 이주와 정씨왕국인 동녕국의 지배. 청나라의 정벌. 청일전쟁의 결과로 일본에 할양. 그리고 국민당의 지배. 오백여년에 걸친 타이완의 역사는 아름다운 섬이라는 별명에 어울리지 않을 ..
202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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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인권연대 숨 평화기행 - 7월27일
202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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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함께 빛이 나는' 촌촌여전 – 상주함께걷는여성들
촌촌여전 – 상주함께걷는여성들, 지식의편집 : 서른 두번째 펠프미 중요한 것은 사는 곳보다 삶의 태도이구원 상주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 15명의 삶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자의 삶이 다양하기에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기록들이 다채롭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전반적으로 따뜻하며 상주라는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느껴져 한 번쯤 상주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만 상주라는 지역을 살아가며 겪게 되는 고민과 지역적 한계들은 거의 언급하지 않는 것은 아쉬웠다. 수도권/대도시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시골/소도시에 산다는 것은 그저 아름다운 일은 아니며 현실적으로 겪게 되는 어려움 또한 많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접근권과 이동권의 제약, 의료/문화 시설 등 공공기관의 부족, 익명성의 미보장 등으로 시골, ..
202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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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도와줘요! '펠프미' 4년, 함께 한 책들과 참여자들의 간추린 리뷰
202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