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호(2025.4.25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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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세계
다시 만난 세계박현경(화가, 교사) 토요일 아침, 잠에서 깨어 뜨거운 커피 한 잔 들고 2층 작업실로 간다. 가로 2미터, 세로 1미터 30센티미터의 수채화용지가 작업대에 펼쳐져 있다. 한 달 넘게 진행 중인 작업. 천사의 붉고 커다란 날개 한쪽이 반쯤 채색돼 있다. 얼기설기 쌓인 액자들 틈바구니에서 잠을 자던 고양이 봉순이가 깨어 야옹댄다. 핸드폰에 블루투스 오디오를 연결하고 음악을 켠다. 빌리어코스티의 ‘소란했던 시절에’가 작업실 안에 잔잔히 깔리고 나는 크레용을 집어 천사의 날개 채색을 이어 간다. 그렇게 아침 7시 반부터 10시 반까지 세 시간이 훌쩍 흘러, 운동하러 갔던 남편이 집에 돌아오면 둘이서 맥도날드에 간다. 나는 슈슈버거 세트, 남편은 빅맥 세트. 천천히 먹고 마시며 일주일간 밀린 ..
202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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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색깔 무지개가 다정하게 떠오르기를
말도 안되는 겨울이 가고 호흡 짧은 봄도 흐르고바야흐로 뜨거운 계절을 겪어야 한다말도 안되는 겨울은 말이 되는 희망이 넘쳤으나뜨거운 계절에는 ‘나중에', ‘먹사니즘’오랜 부적 덕지덕지 처바른다그 무리들은 그 말도 안되는 겨울과 닮아 있다 평등했던 광장의 울림들이 다른 사회에 대한 희망으로 뜨거웠던 겨울의 입김들이몽글몽글 모이고 모여 구름이 되고 벼락같은 비가 되어혐오로 찌들고 먹사니즘에 몰입된 그들과 그들의 담벼락을 허물어 버리기를거기 그들의 폐허에서 일곱색깔 무지개가 다정하게 떠오르기를
202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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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공화국으로 가는 문턱, 다시 기본부터
제7공화국으로 가는 문턱, 다시 기본부터배상철 (마을N청소년 대표, 인권연대 ‘숨’ 회원) ■ 파면은 주권자의 의지이자 국민의 명령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탄핵 사건이므로 선고 시각을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22분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는 12.3 비상계엄 내란으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고 헌법 수호의 책무를 저버린 채,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한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하는 선고를 내렸다. 대한국민 모두의 의지를 하나로 모아낸 감격 어린 승리의 순간이었다. ■ 파면 너머 새로운 대한민국! 엄동설한에 광화문 광장에서, 남태령에서, 관저 앞에서, 헌재 앞에서, 국회에..
202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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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갈아엎는 달
4월은 갈아엎는 달 신동엽 내 고향은강 언덕에 있었다.해마다 봄이 오면피어나는 가난. 지금도흰 물 내려다보이는 언덕무너진 토방가선시퍼런 풀줄기 우그려 넣고 있을아, 죄 없이 눈만 큰 어린 것들. 미치고 싶었다.사월(四月)이 오면산천(山川)은 껍질을 찢고속잎은 돋아나는데,사월(四月)이 오면내 가슴에도 속잎은 돋아나고 있는데,우리네 조국(祖國)에도어느 머언 심저(心底) , 분명새로운 속잎은 돋아오고 있는데, 미치고 싶었다.사월이 오면곰나루서 피 터진 동학(東學)의 함성,광화문(光化門)서 목 터진 사월의 승리(勝利)여. 강산(江山)을 덮어, 화창한진달래는 피어나는데,출렁이는 네 가슴만 남겨놓고, 갈아엎었으면이 균스러운 부패와 향락(享樂)의 불야성(不夜城) 갈아엎었으면갈아엎은 한강연안(漢江沿岸)에다보리를 뿌리면..
202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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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편지
사월 편지잔디 2025년 자비의 선교사학교 7기로 다시 등록하였어요. 한 달 한 번 두 시간. 침묵으로 있거나 선교사님의 강의를 듣고 묵상하고 마무리할 때 다가온 생각이나 기도, 마음을 나누고 헤어집니다. 가끔 선교사님들이 직접 요리한 스페인 음식을 한 접시 스페셜하게 내어주실 때도 있어요. 마음을 돌보고 몸도 돌보고. 무엇보다 때마다 환하게 웃음으로 맞아주시는 선교사님들의 웃음과 포옹이 큰 힘이 되어 제 안에서 스마일 에너지가 됩니다. 첫 모임에서 회심(回 心)이라는 주제로 마리아선교사님의 강의를 듣고 에스텔 선교사님의 KINTSUGI 활동을 하였어요. 원래 연결되어 있던 지점으로 돌아섬을 회심이라고 들었어요. 삶속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어떤 마음 때문에 사랑, 자비, 자유를 살지 못하는 부분이 금..
202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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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끈질김을 위하여
개소리에는 페미니즘의 이야기를 이재헌 어렴풋이 넥슨 성우가 입은 티셔츠로 인해 ‘메갈’이라고 공격받고 해고됐다는 뉴스가 기억난다. “찌질한 놈들…”남성 소비자들의 여성노동자를 해고하라는 요청을 실제로 게임사가 받아들였을 때 냉소가 났다. 일부 게임 매니아들의 개소리가 사람을 해고할 수도 있는 현실이 어이없기만 했다. 페미니즘의 정신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자 역차별이라 호도하는 피해 의식에 빠진 일부 남성들의 개소리라고 생각했다. 문제 키우기 싫어하는 게임사의 안일한 대처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무언가를 잘 모를 때, 그것을 대충 싸잡거나 문제의 근원으로 쉽게 탓해 버린다.”내가 그랬다. 페미사냥은 더이상 소수의 일탈이나 놀이가 아니다. 페미니즘과 여성에 대한 공격은 저열하고 치명적인 폭력이다. 해당 노동자..
202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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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202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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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월
3/26 라우렌시오빌 인권지킴이단 활동충청북도인권협의회 참여27 충북아동돌봄쉼터 종사자 인권교육4/8 라우렌시오빌 인권지킴이단 활동14 남성페미니스트 ‘펠프미’진행
2025.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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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호(2025.4.25 발행)
2025.04.25
활동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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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프미 서른 한번째 '페미사냥'
펠프미 서른 한번째『페미사냥』 이민주 著, 민음사 刊, 2025 당신의 이야기가 나의 무지를 깨뜨렸다.이은규 무지를 깨닫게 해주어서 페미사냥의 저자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또한 이 책에서 언급된 페미사냥의 사례들을 ‘잘’ 알고 있고 그 문제에 대해서도 ‘잘’ 인식하고 있다는 오만하고 순진한 착각을 깨뜨려 주어서. 그동안 나는 사건화되는 사례들에 한정해 호기심을 가졌을 뿐 그것들의 맥락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짧은 호흡의 분노로 세태를 비관했을 뿐이었다. 게임의 세계, 서브컬쳐는 내 관심사가 아니었으므로 무관하다 여기는 사회적 위치와 관계에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도사인연한 나른한 태도로서 페미사냥에 일조해 왔음을 고백한다. 눈에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다. 그 너머를 이야기하자고 하는 저자의 당부를 ..
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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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프미 서른번 째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
우리가 우리를 구한다네몬테 넨키모 . 미치 앤더슨 지음 / 정미나 옮김 따뜻한 사랑과 연대에 기반한 투쟁 안에서의 치유와 공동체성의 회복이구원 삶의 기록이자 투쟁의 기록들을 이처럼 흥미진진하게 가슴 두근거리며 읽은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무엇보다 책을 읽은 뒤에 남는 느낌이 분노와 우울감이 아닌 희망이라는 점도 날 설레게 했다. 물론 책을 읽으며 분노가 치밀고 아픈 지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은 따뜻한 사랑과 연대에 기반한 투쟁 안에서의 치유와 공동체성의 회복이다. 개인적 경험으로 공동체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내 안에 있음에도 이 책의 선주민 공동체가 회복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어떤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어쩌면 내가 경험했던 공동체가 집단성과 종교적 권위와 폭력성에 기반했기에..
202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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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한 그루의 건강은 당신의 건강이다" - 아보리스트 이재헌과 함께 '벚꽃엔딩 그후 1년'
'속절없이 빼앗기는 나무, 그럼에도 아낌없이 내어 주는 나무'유호찬 회원 1년 후 다시 왔다.우암산 둘레길의 벚나무와 소나무, 목련 등을 살피러 수목관리전문가(아보리스트) 이재헌의 설명을 들으며 걸었다. '속절없이 빼앗기는 나무, 그럼에도 아낌없이 내어 주는 나무' 봄바람 불어 따스한 햇살을 흩뿌리는 날, 인간 세상이 혹독한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듯 나무들 역시 아직은 기지개를 켜지 못한 채 까칠하다.척박한 환경에도 죽을 힘을 다해 물을 빨아들여 작은 싹을 겨우 틔우기 시작한 나무들을 다시 대면하면서 답답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 부끄런 기분은 작년이나 오늘이나 매한가지. 작년과 달라진 것도 있었다, '수목관리대장' 태그.기왕에 관리대장을 부착하고 체계적으로 관리를 하겠다는 의지라면 IoT, ..
202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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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 언덕에는 상윤이가 살고 있다 사람이 살고 있다
스러져 가는 수암골을 살리는 길은 40여가구 원주민의 삶과 터전을 보호하고 남기는 것입니다. 배상철 하늘다방 비좁은 방에서 하늘다방 주인장 김상윤님을 중심으로 도선붕 교수님, 이은규 인권연대숨 일꾼님, 유호찬 사진작가님, 나 배상철 마을N청소년 대표, 박장호 후배님, 홍상기 후배님 이렇게 7명이 둘러 앉아 추억의 옛날 과자 앞에 두고 주인장의 이야기에 귀기울입니다. 지금 수암골은 예전의 수동이 아닙니다. 거대자본을 앞세운 상업논리에 즐비하게 늘어선 카페촌이 수암골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이제 다시 원주민촌 옆으로 작지만 새로운 리모델링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김탁구, 카인과 아벨 드라마 촬영지가 아닌, 아니 양보해서 드라마 촬영지와 맞물린 수암골의 모습이라도 애초에 이곳에 정착한 원주민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202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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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아름다운! 것들
‘펠프 미’ 스물아홉 번째 책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著, 다산책방 刊, 2023 사소한 관심과 연민, 변화의 씨앗 – 이구원 이 책의 주인공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가족들과 함께 맞이할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던 중 종교 권력의 시설폭력을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 사실을 외면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소녀를 원장 수녀에게 돌려보내며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양심의 가책과 자신 역시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돌봄에 의해 살아왔음을 자각한 후 폭력의 현장으로 돌아가 그녀를 데리고 나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개인적 경험에 의하면 종교적 폭력과 시설의 폐해는 새롭지 않다. 사실 여전히 대한민국의 수많은 거주시설에서는 보호와 복지란 명목 하에 인권 침해가 교묘하게 이루어지..
2025.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