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살며 사랑하며106 <125호> 나를 돌보는 연습(8) 내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괜찮은 것일까 동글이 당연한 건 없다고 생각하기에 고맙다는 인사를 자주한다. 작은 것 하나 하나가 참 고마워서. A가 '고맙다고 이제 그만해. 당연한 걸 왜 자꾸 고맙다고 해~' 라고 하기에 '당연한 건 없고 누군가 애써주는 것이 고마운 마음에 고맙다고 하고 싶어' 라고 답했다.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돌이켜보니 내 마음을 표현하는 '고맙다'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몰입하여 다른 이의 감정을 모른채하고 있지는 않았나 그 사람이 온전히 내게 주는 호의를 부담스럽게 받아들이며 그 호의를 누리지 못할 때도 참 많았다.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진정성이 있었는지 내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상대방에게 적절한 표현이었는지.. 2022. 9. 26. <124호> 선 넘기_동글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나의 우울은 결국 또 나를 잡아먹고, 나는 당신을 잃어도 괜찮을 것처럼 저-기로 멀어집니다. 나는 나를 돌보는 일이 꼭 당신을 떠나보내야 하는 일인 양 애써 가까워진 당신을 밀어내고 또 선을 긋습니다. 이따금 내가 느끼는 마음의 아픔보다 당신 아픔이 더 아프게 느껴지는 까닭은 나는 나를 잃어도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내 아픔을 나처럼 함께 아파해주는 당신을 만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나도 하기 어려운 일을 바라고 기다리는 것은 결국 나를 외롭게 만드는 일인 것을 잘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나를 외롭게 할 겁니다. 이따금 선을 넘어 오는 이들을 반기며 기뻐도 할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이들은 저-기 있습니다. 나는 이만큼 선 긋고 여-기 있습니다. 깊디 .. 2022. 8. 31. <123호> 그저, 바람. 바람._동글이 아무 일도 없었다. 그런데도 한 없이 내려앉는 마음, 그 마음을 잡아두고 싶어서 그곳으로 향했다. 그냥, 일몰이 보고 싶었다. 매일 뜨고, 지는 해가 왜 이리 그곳에서 보고 싶었는지. 바람을 따라 달리고, 또 달려도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은 나오지 않았다. 계속해서 20분, 15분 더. 도착 시간이 줄지 않았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괜히 스쿠터 속도를 내지 못하는 친구를 원망했다. 해가 뭐라고. 그냥 아무 바다에 멈춰섰다. 해가 잠잠히 내려앉는 모습을 바라보며 내일을 생각했다. 오래 앉아 사색할 틈도 없이 시간은 분주히 흘렀다. 어두워질 밤과 혼자 돌아가야 할 길을 생각해야 했다. 서쪽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길, 1시간. 스쿠터 최고 속력으로 달려봐도 60. 달려도 달려도 도착 시간이 줄지 않는 것 같았.. 2022. 8. 2.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