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호> 가을편지_잔디(允)
그대에게(BGM은 아이유님의 밤편지...) 가을날, 마음 한 자락 띄웁니다. 엊그제 남편과 딸아이와 막내와 함께 잠시 외출하였어요. 형님네 고구마밭에서 아이들과 고구마 캐는 사람풍경을 보며, 저는 따가운 햇볕 아래 평평한 땅에 한가하게 앉아있었지요. 그러다가는 전봇대 폭 만큼의 그늘을 발견하고는, 그 그늘에 얼굴을 가리고 앉아 풍경을 보았지요. 한결 편안하더이다. 몸을 아주 조금 움직여 전봇대 길다란 그림자를 벗어나면 얼굴에 와닿는 햇살의 따가움, 그늘로 들어오면 여유로움, 따가움, 여유로움, 그놀이를 반복하며 해님과 숨바꼭질, 물드는 산 풍경, 도란거리는 그들의 목소리, 불어오는 바람... 더 바랄 것없는, 가을날, 한가함이었어요. 문득 그아이 생각이 났어요. 이십년이 다되어가는 기억이니 그아이는 스무..
2019. 9. 26.
<제64호> 오늘은....._잔디(允)
✎ 아이들이 우리 여섯 식구 이외에, 여섯 식구 울타리 바깥에 계신 분들의 안부를 묻거나 그리움을 표현할 때, 따스한 감정이 일어난다. 사람이, 사람이 그런 따뜻한 존재라는 사실이 위안이 되는, 순간. ✎ 내 생애 몇 번째 만난 큰 물이었을까?... 무서운 소리로 흐르는 그 물. 집을 삼키고, 사람을 긴장하게 하고, 된장항아리를 흘려보내고, 옥수수, 고추, 인삼, 양배추를 쓰러지게한, 심고 기른 농부의 마음을 녹인, 큰물... 물이 무섭기보다 물을, 자연을, 억지로 바꾸는 사람이, 무섭다. 물의 흐름을, 자연의 흐름을 바꾸는 인간의 억지가, 무섭다. ✎ 그 어느 순간에도 상대가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의심하지 않기를. 내 나름 내 생각을 건넬 수는 있으나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음을..
2019. 9. 26.